환경보호와 비용절약, 녹색장묘 문화 확산

환경보호와 비용절약, 녹색장묘 문화 확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은 전통적으로 방부제와 지하납골당, 금속관을 써서 시신의 부패를 지연시키는 장묘문화가 있다. 최근 이를 거부하고 자연스럽게 토양으로 돌아가는 녹색장묘가 자연친화적 이유뿐 아니라 경제적 이유에서도 각광받고 있다고 미국의 건강의학 포털 웹엠디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우스터시에 사는 주디와 앨 모어러 부부는 2017년 자신들이 죽을 때 육체가 지구의 번영과 새 생명 탄생에 도움을 주는 방식의 장례를 택하기로 했다. 지난해 남편인 앨이 74세의 나이로 먼저 숨지자 우스터시에서 32㎞ 떨어진 윌모트의 폭스빌 보호구역의 초원 아래 묻혔다. 방부제와 금속관 없이 무명수의만 입은 채 매장됐다. 69세의 부인 주디는 “그는 환경이 더 성장하도록 평화롭게 돕고 있다”면서 “신선한 크랜베리와 껍질을 벗긴 땅콩을 그의 매장지에 뿌려 숲의 모든 동물을 초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장의사협회(NFDA)의 지미 올슨 대변인은 “점점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모어러 가족처럼 친환경적이고 자연회귀적 방식의 장묘를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방부제나 납골당 없이 집 가까운 농장에 묻거나 작은 교회 옆에 묻히곤 했다”면서 “집으로 옮겨 시신을 매장할 수 없었던 남북전쟁 기간부터 방부처리 관행이 일반화됐는데 이제 다시 전통적 매장방식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워싱턴주, 콜로라도주, 오리건주 3개주는 이런 녹색 장묘문화 중에서도 독특한 방식을 합법화했다. 미생물이 인체조직을 더 빨리 분해할 수 있게 나무조각과 짚, 약초와 함께 30일가량 자연 분해과정을 거쳐 거름이 되도록 하는 ‘인간 퇴비화(human composting)’이다. 현재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도 이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NFDA의 2021년 소비자 인식 및 선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55.7%가 잠재적인 환경 혜택뿐 아니라 비용 절감의 이유로 녹색장묘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장묘위원회(GBC)는 미국과 캐나다에 녹색장묘 묘지가 350개 이상이 된다고 밝혔다.

2021년 방부처리 및 금속관을 사용한 현대 장례식의 평균 비용은 8000달러(약 974만원)였다. 반면 녹색장묘를 택하게 되면 그 비용을 수 천 달러는 아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주디 모어러는 남편의 초원매장에 3000달러를 지불했는데 그중 절반은 세금공제를 받았다. 관을 대신한 무명 수의에는 100달러만 들었다.

국제녹색장묘위원회(GMCI)의 케이틀린 하우케 이사회 의장은 “비용과 환경에 대한 우려, 그리고 자연 선택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녹색장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방부 처리 및 금고와 관에 매장하는 것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GMCI는 미국의 매장방식으로 매년 1628만L의 방부액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 약 20%가 포름알데히드, 메탄올, 벤젠 같은 독성 화학물질이라고 보고했다. 또 금속관은 철, 구리, 납, 아연, 코발트 같은 중금속을 토양에 방출시킨다.

매장보다 화장이 더 친환경적이라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화장하는데 섭씨 1000도가 넘는 온도에서 2시간 이상 시신을 태우기 위해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그로 인해 매년 45만t의 이산화탄소와 독성화학물질을 배출한다. 하우케 의장은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는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는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녹색장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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