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는 왜 무릎에 ‘골병’이 들었을까

[골프의학硏의 몸 지키는 골프]무릎부상 예방법

Photo by Jeff Gross/Getty Images

타이거 우즈가 골프 세계에서 ‘현재진행형의 전설’이라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즈는 PGA투어에서 샘 스니드와 함께 82승으로 최다승 동률을 기록하고 있고, 메이저 대회 15승으로 잭 니클라우스의 18승에 3승 모자라지만 골프 역사에서 두 선배들에 결코 못지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우즈는 호쾌한 장타와 예술적 샷 외에도 숱한 부상 탓에 수술대에 오르내리면서 골프를 예술로 승화한 ‘불굴의 정신’으로 골퍼들의 가슴을 울려왔다.

우즈는 여러 부상 가운데 전방십자인대 손상, 정강이뼈 스트레스 골절 등 다양한 무릎 부상을 겪었으며 이 때문에 다섯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그렇다면 골프는 무릎에서 인대파열 및 골절 등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한 운동일까?

최근 한 보고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골프장 내장객수는 연인원 5000만명으로 추정되며, 인구 대비 골프 인구의 비율은 세계 1위(10%)이다. 이렇듯 골프인구가 증가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골프를 이제 막 시작하는 ‘골린이’는 골프 때문에 다치는 ‘골병’에 대해선 관심이 적을 것이다.

실제로 골프를 시작하는 많이 이들이 다양한 부상을 겪으며 골퍼의 88%가 적어도 한번 이상 부상을 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골프 부상은 허리, 손목, 팔꿈치, 어깨 등의 순으로 많이 생긴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부상 양상이 다른데, 프로는 하체와 몸통의 꼬임을 이용해 스윙하므로 상대적으로 골반이나 무릎에 부상이 많고, 아마추어는 상체 및 허리를 이용한 스윙을 하므로 허리나 팔꿈치의 부상 빈도가 높다. 물론 오랫동안 연습과 라운딩을 많이 하면 다양한 부위의 손상 빈도는 올라갈 것이다. 그렇다면 무릎은 상대적으로 빈도가 적은데 타이거 우즈는 왜 여러 차례 무릎손상이 발생하였을까?

우즈의 오랜 팬이며 무릎을 전공하는 필자는 ‘황제’의 무릎손상이 과연 골프 때문에 생겼는지 궁금해서, 다양한 매체와 문헌을 확인해 보았다. 1975년생인 그는 1996년에 PGA에 데뷔했으며 1999년 8승, 2000년 9승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1994년 스탠포드대 1학년 때 무릎 양성종양의 제거수술을 받은 것으로 돼있는데 아마도 전방십자인대 주변의 물혹 탓으로 추정된다.

어린시절 인터뷰에서 왼쪽 무릎을 자주 다친것으로 확인되는데, 부상이 되풀이되면서 전방십자인대 주변의 막이 벗겨지면서 물혹이 생긴게 아닌가 생각된다. 2002년 두 번째 무릎수술을 받는데 수술명은 ‘물혹제거술’이었다. 8년 전 제거한 물혹이 재발한 것으로 예상된다.

전방십자인대는 2007년 7월 브리티시 오픈에서 달리다 파열됐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전방십자인대는 무릎의 중앙에 있으며 활액막이라는 막에 의해 쌓여 있고 대개 축구, 스키나 농구 경기 중 무릎이 틀어지며 한번에 외상에 의해 파열한다. 따라서 러닝 중 파열한 것은 이례적으로 이전 여러 번 다치고 물혹 수술 등으로 인하여 약해진 전방십자인대에 기어이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해 별다른 수술을 받지 않았으며 남은 6개 대회에서 PGA 챔피언십을 포함하여 5승을 추가했다. 우즈는 2008년 4월 마스터즈 대회에서 통증을 느꼈으며 관절연골재생수술과 반월연골판절제술을 받는다. 전방십자인대는 다쳐도 일상생활은 가능하지만, 방치하면 관절연골 및 반월연골판이 손상되는데 이를 보여준 예로 보인다.

이후에도 통증은 어느정도 지속됐으며 정강이뼈의 스트레스 골절도 생겼는데 의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즈는 6주 후에 개최된 US 오픈에 참가한다. 메이저 13승 상태에서 자신이 이미 6승을 거둔 코스인 토리파인스GC(센디에이고)에서 US 오픈이 열리자 부상을 무릅쓰고 나선 것이다. 우즈는 왼다리의 부상을 참고 로코 메디에이트와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골프광들에게 유명한 ‘외다리(One-legged) 우승’이다.

이후 바로 4번째 수술인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받는다. 2011년 내측측부인대에 부상이 있었지만 잘 넘어갔다. 그러나 2019년에도 관절경수술을 받았는데 관절연골수술로 알려져 있다. 이전에 안 좋았던 관절연골 부위 증세가 재발해 이를 관절경수술로 다듬어 준 것으로 보인다.

골프는 좌우가 대칭인 운동이 아니며 한방향으로 스윙을 하므로 좌우가 다르게 영향 받는다. 오른손잡이에서 왼무릎은 스윙 때 축이 되는 부위로 다운스윙 후 쭉 펴지면서 많은 힘을 받는다. 이런 반복적 스윙동작은 무릎의 다양한 구조에 영향을 미치며 주로 반월연골판이나 관절연골이 잘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에 골프스윙으로 인한 전방십자인대 손상이나 스트레스 골절은 매우 드물다.

우즈는 왼쪽 무릎이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다쳐 전방십자인대가 약해지고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지속적인 골프 스윙으로 무리했다. 또 러닝에 의해 파열이 진행된 전방십자인대의 수술시기를 미뤄 주변 관절연골과 반월연골판까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어렸을 때와 부상이 생겼을 때 즉시 대처했다면 나중에 훨씬 덜 고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무릎에 통증을 느껴서 치료받거나 무릎 수술을 받은 분들이 골프 라운딩이 가능하냐고 물어 볼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다. 골프는 생각보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이니 제대로 걷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을 때 연습을 시작하실 것을 권한다. 물론 퍼터 연습이나 숏게임 연습은 계속 해도 된다.

무릎부상을 겪었다면 본격적 라운딩을 계획하기 전에 걷기 및 스윙연습을 선행해야 한다. 또 라운딩 때에는 처음엔 가급적 카트를 타고, 조금씩 걷는 시간을 늘리도록 한다. 스윙 때엔 스탠스를 넓히고 왼발을 약간 더 열면 왼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프로들은 좀 다르지만 아마추어는 왼다리를 축으로 무릎을 버티는 경우가 적으므로 왼발을 약간 더 오픈하고 스윙때 발을 회전하면 무릎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다. 골퍼라면 누구나 팔팔하게(88세까지) 골프를 즐기기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는 근력운동 및 스트레칭을 통한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더불어 관절을 건강하게 관리하며 부상을 방지하려고 신경써야 한다.

무릎은 반복적인 자세와 동작이 쌓이면 결국 여러 구조물들이 다치게 되므로, 부상이 생기기 전이나 불편해지기 시작할 때 가급적 무릎에 부담이 되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좋다. 퍼팅 라이를 볼 때엔 가급적 쪼그리지 않도록 한다. 경사가 심한 곳에 공을 찾으러 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무릎이 좋지 않다면 공회수기(Ball retriever)를 사용해 무릎 사용을 줄일 수도 있겠다. 가능하다면 동반자의 동의를 받아 평평한데서 치는 것이 좋다.

평소에 꾸준한 근력운동을 하고, 연습장이나 필드에선 충분한 스트레칭 후 스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점만 잘 지켜도 골프 때문에 무릎이 갑자기 다치는 것은 드물다. 무릎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 골프를 즐기려면 무릎 사용을 아끼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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