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결과 외에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김용의 헬스앤]

[사진= 네이버 웹툰]

동네병원장의 고군분투를 그린 웹드라마(티빙) ‘내과 박원장’을 보면 ‘별점 테러’(악의적인 별점 부여)로 고민하는 대목이 나온다. 배우 이서진이 주인공인 이 드라마는 의사 출신 장봉수 작가(필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의사의 사명감과 병원 매출 사이에서 고민하는 ‘박원장’의 고뇌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이 드라마에선 병원에 대한 인터넷 악평에 대해 박원장이 대응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부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불만을 갖고 병원에 대해 험담하는 글을 지역 커뮤니티에 남긴 것이다. 배달이나 음식점의 ‘별점 테러’를 떠올리게 한다. 배달앱에서 소비자가 부여하는 별점 및 리뷰는 업소 홍보·마케팅의 주요 수단이어서 업주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드라마 속의 박원장도 인터넷의 악평에 대해 맞대응한다. 일부 악플러들과 댓글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의사나 병원에 대한 평가도 이제 일상화됐다. 환우회, 미디어, 각종 커뮤니티 등에서 치료 결과 만족도, 친절·배려, 쉽고 명쾌한 설명 등 소통능력을 평가한다. 의사는 자신의 대한 평점이 인터넷에 오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동네병원은 ‘생존’과도 직결된다. 문제는 합리적인 기준 없이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진료 성적이 좋더라도 무뚝뚝하고 냉정한 의사는 낮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의료 기술 외에 소통 능력 등이 더 강해진 느낌이다.

지난해 8월 개원 의사들의 모임인 대한개원의협의회는 포털사이트의 별점 평점 리뷰로 대해 개원의들의 생각을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개원의 61.9%가 “병원 평판이나 진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거나,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개원의 45.8%는 매출감소 등 피해를 호소했다. 응답자의 1.9%는 병원 이전이나 폐업까지 겪었다.

더욱 큰 문제는 악의적 평가다. 거짓자료, 거짓 평가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한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감정적으로 폄훼하고 모독하는 것이다. 익명성을 이용해 악의적 댓글로 병원에 타격을 입힌다. 병원에 첫 내원한 사람이 자신의 의도대로 진단서를 발급해 주지 않았다고 주위 사람까지 동원해 거짓 평가를 남발하는 식이다.

[사진= 웹드라마 ‘내과 박원장’/티빙]
과거처럼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지시만 하는 의사들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 의료정보와 SNS, 환우회 커뮤니티 등이 활성화되면서 진료 성적 뿐 아니라 환자와의 소통 능력도 평가받는 시대다. 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의사의 능력을 전문지식과 기술로만 측정하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환자와의 소통능력도 중요한 평가 자료로 삼는 의료기관이 많다. 의과대학 학생들에게 실습 위주로 의료커뮤니케이션 분야를 가르치고,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 의료커뮤니케이션 과목이 추가되었다.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환자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면서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교육이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전문 의료지식 뿐 아니라 친절 및 호의,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만은 대부분 진료의 품질보다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집중되고 있다. 의사의 대화 스타일은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진료 상담 시 의사가 환자와 줄곧 눈을 맞추고, 환자의 말을 잘 들어주면 보다 효율적인 진료를 할 수 있다.

환자들은 여전히 짧은 진료시간, 의사의 설명부족 등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나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소통 능력은 의료진이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 중의 하나가 됐다. 환자들은 원활한 소통능력을 가진 의료진을 선호하고, 의료진도 환경의 변화에 맞춰 환자와의 협력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의사나 병원에 대한 평가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야 한다. 악의적인 평가에 의료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익명성에 숨지 말고 떳떳하게 실명으로 평가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의사와 환자는 역할은 다르지만 질병 치료를 위해 같이 협력하는 ‘동반자’나 다름없다. 어느 80대 동네병원장은 “수십 년간 나를 찾는 환자가 많아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동네 환자들은 “원장님의 얼굴만 보면 병이 낫는 느낌”이라고 했다. 이런 의사와 환자 관계에서는 ‘평가’가 필요 없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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