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비건’으로 키워도 될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단에서 고기를 빼는 이들이 늘고 있다.

채식을 하든 더 나아가 우유, 달걀은 물론 꿀까지 포함해 동물성 제품은 아예 입에 대지 않는 ‘비건’ 식사를 하든 성인들에게는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어린이, 청소년이라면 어떨까? 혹여 성장에 문제가 생기진 않을까? 미국 ‘워싱턴 포스트’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2009년 미국 영양학회는 균형 잡힌 식단을 짜고, 강화식품이나 보충제를 잘 이용한다면 인생의 어느 단계에 있든 채식을 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임신을 했거나 모유수유를 하는 여성은 물론 어린이‧청소년도 채식에 대해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2021년 폴란드의 소아과학연구소,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등 연구진이 5~10세의 건강한 어린이 18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는 조금 다르다. 비건 다이어트를 한 어린이들은 체지방 비율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았지만, 평균적인 식사를 하는 또래에 비해 키가 평균 3cm 작았다. 또한 몇몇 비타민이 결핍된 상태였고, 뼈의 미네랄 함량도 5% 적었다.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장 과정에 있는 어린이, 청소년은 어른보다 다양한 음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 부모가 채식을 하면 자녀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라 더욱 그렇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교수 리사 꼬르깔로는 “어린이는 위도 작고 섭취량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어른에 비해 철, 아연, 구리 등 미량 원소를 섭취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

미량 원소란 적은 양이지만 대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채식 혹은 비건 다이어트를 하면 혈액과 신경 세포의 건강에 기여하는 비타민 B12, 뼈가 튼튼하려면 필수적인 칼슘, 헤모글로빈을 생산하는 철분, 면역 시스템을 지원하는 아연 등이 부족하기 쉽다.

고기가 아니라도 미량 원소를 섭취할 수는 있다. 채식 관련 교육을 하는 리드 맹글스에 따르면 비타민 B12 부족은 달걀, 유제품, 비타민 B12 강화 두유를 먹으면 해결할 수 있다. 또 칼슘과 철분은 콩을 통해, 아연은 두부나 견과류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소아과학회 대변인 젠 트라첸버그 박사는 어린이, 청소년이라면 채식을 지향하더라도 고기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성장이 끝날 때까지, 즉 남자아이라면 만 16세, 여자아이라면 만 15세까지는 ‘절충’이 필요하다는 것. 혹여 어린이나 청소년이 견고한 채식 혹은 비건 다이어트를 할 경우, 반드시 의사나 영양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소아과 전문의 로렌 크로스비 박사 역시 채식을 원하는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면 고기를 줄이되 완전히 끊지는 말고 식물성 식품 위주로 식사를 하라고 권한다. 정말 채식주의자 혹은 비건이 되길 원하는지, 계속 그렇게 살 수 있을지 식물 위주 다이어트를 하면서 가늠해 보라는 것.

꼬르깔로 박사는 음식 문화적 측면에서도 강박적 채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고기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아이에게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음식, 혹은 동네에서 유명한 할머니의 레시피를 맛볼 기회를 빼앗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라고 반문한다. 부모에게는, 본인이 채식주의자라 하더라도, 자녀가 다양한 음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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