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신맛’ 좋아하도록 진화한 이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레몬을 깨물면 어떤 맛이 느껴지는가. 날카로운 느낌, 군침 돌게 하는 톡 쏘는 느낌, 그리고 기분 좋게 환해지는 느낌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려들지 않는가. 이런 신맛은 단맛, 짠맛, 감칠맛, 쓴맛과 함께 미각의 5대 프로파일에 꼽힌다. 인간은 신맛을 어떻게 좋아하게 됐을까?

과학전문지 ‘사이언스’는 최근 생명과학저널인 《영국왕립학회보 B》에 ‘신맛의 진화’라는 논문을 발표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롭 던 교수(생태학)와 인터뷰를 통해 신맛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다음은 11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보도된 내용이다.

Q: 다른 동물들도 신 음식을 좋아하나?

A: 대부분 동물은 진화 과정에서 미각의 상당수를 잃었다. 돌고래는 짠맛 외에는 미각 수용체가 없는 것으로 보이며 고양이는 단맛 수용체가 없다. 신맛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것이 우리의 예측이었다. 그 대신 우리는 지금까지 실험한 60여 종의 동물은 신맛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돼지와 영장류는 특히 신맛이 도는 산성음식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멧돼지는 발효된 옥수수를 엄청 좋아하고 고릴라는 생강과의 신 과일에 환장한다.

Q: 단맛은 에너지에 대한 보상을 주고, 쓴맛은 잠재적인 독에 대한 경고를 준다. 신맛을 느끼도록 진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신맛을 감지하는 능력은 고대 물고기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고대 물고기는 신맛을 느낄 수 있는 최초의 척추동물이다. 물고기는 입으로 이를 맛보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의 산성도 변화를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바닷물에 용해된 이산화탄소의 변화는 산성도 차이를 만드는데 바닷물의 산성도가 높은 것이 물고기에겐 위험하기 때문에 이를 감지하는 능력이 중요했을 것이다.

Q: 그렇다면 신맛을 느끼는 것이 어떻게 먹고 마시는 것과 짝을 이루게 됐을까?

A: 우리 인간과 영장류는 비타민C, 즉 아스코르브산을 생산하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를 섭취하도록 일깨워주기 위해 신맛의 음식을 좋아하게 됐을 것이다. 또 다른 주장은 고대 영장류가 우리가 인식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발효 음식을 먹었다는 것이다. 썩은 과일이 안전한지 알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과일의 산성도 여부다. 과일이 산성을 띤다는 것은 유산균과 아세트산균이 많다는 소리다. 이들 균은 나쁜 박테리아를 죽이기 때문에 신맛을 띨 때 과일은 대부분 먹기에 안전하다.

Q: 발효가 이뤄지면 알코올이 만들어지는데 동물들이 발효음식을 되풀이해 찾게 된 것은 신맛 때문인가 아니면 알코올 효과 때문인가?

A: 2100만 년 전부터 700만 년 전 사이 우리 조상은 알코올 대사효소인 알코올탈수소효소의 효율성을 계속 높여 왔다. 알코올탈수소효소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녀석은 알코올로부터 칼로리를 얻는 속도를 40배까지 높였다. 거의 같은 시기에 젖산을 인지하는 역할을 하는 새로운 버전의 유전자가 진화를 거듭했다. 이 두 가지 근본적인 진화적 변화가 서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현재까지 조사된 데이터로만 보면 신맛이 선행하는 거 같은데 정확히는 알 수 없다.

Q: 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신맛이 강한 맥주인 사우어 비어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질색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은 무엇인가?

A: 신맛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하기 수십 년 전부터 사람들 간에 산미(酸味) 감각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초기 증거가 있다. 신맛에 대한 감각차이에서는 냄새가 중요하며 냄새는 학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누군가가 나도 좋아하는 사우어 비어를 좋아하는 법을 배울 때 맛을 보면서 그 냄새까지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 내 가설이다. 하지만 그런 차이가 유전자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Q: 신맛에 대한 감각이 우연히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가?

A: 신맛 수용체와 관련해 지금까지 발견된 유전자는 OTOP1가 유일하다. 이 유전자는 내이(內耳)의 기능과 관련돼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몸의 균형과 방향성을 잡아주는 내이 안의 기관인 전정계(前庭階)에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신맛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다른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일용할 음식에서 매번 경험할 수 있는 신맛과 같은 일상적인 것에 이와 같은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은가.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royalsocietypublishing.org/doi/10.1098/rspb.2021.1918 )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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