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DNA가 남성보다 많으니 우월?

[박문일의 생명여행] 생물학적 관점에서 페미니즘

우리 사회에서 최근 페미니즘이니 안티페미니즘이니 하는 단어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여성주의’ 라는 우리말도 있는데 굳이 페미니즘(Feminism)이라는 영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아무튼 전통적 페미니즘은 남녀의 권리는 동등하다는 개념의 ‘남녀동권주의’ 라고도 불릴 수 있겠다. 즉 여성의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이다. 최근에는 ‘동권주의’를 넘어서 ‘여성우월주의’가 등장했고,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안티페미니즘도 등장해 꾸준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의학자로서 이 이슈를 한번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싶다.

남성과 여성은 각각의 성으로 구별되는데 영어로는 ‘Sex’다. 그런데 외국에서는 성을 표현하는 단어에 Sex와 함께 젠더(Gender)가 있다. ‘생물학적인 성’은 섹스, ‘사회 문화적 성’을 젠더라고 한다. 즉 외국에서는 성이 두 가지 개념으로 표현되며, 따라서 페미니즘 이슈에서는 항상 이 두 가지 성의 개념이 모두 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어에는 젠더를 표현할만한 단어가 아예 없다. 즉, ‘생물학적인 성(Sex)’ 만 있었을 뿐이고 Gender는 영어발음 그대로 젠더로 읽힌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의 페미니즘-안티페미니즘 논쟁이 더욱 꼬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중립적인 시각에서의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는 것이 아마도 가장 객관적이고도 과학적인 접근으로 생각된다.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만들고, 어머니의 자궁에서 자라 인간으로 태어나는 과정에는 페미니즘도 안티페미니즘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정 순간에 남성 또는 여성으로 결정된다. 남성의 정자는 여성과 달리 두 종류인데, 이는 성염색체로 구분이 된다. 즉 정자는 각각 X 또는 Y 성염색체를 가진 두 종류가 있는데 여성의 난자는 X 성 염색체 만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여성 난자가 성염색체 X를 가진 정자와 만나면 여아(XX)가 되고, Y 정자와 만나 수정되면 남아(XY)가 되는 것이다.

생물학적 페미니스트가 있는지는 몰라도, 일부 생물학자들이 남성이 더 우월한가 또는 여성이 더 우월한가라는 유치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유치하다고 표현한 것은 우월성의 판단에서는 수많은 관점이 있으므로 원초적으로 남녀 우월성의 판단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일부 생물학자들은 여성이 더 우월하다고 결론은 냈다. 남성과 여성의 모든 세포에 포함돼 있는 DNA의 양을 근거로 들었다. 즉, 유전자의 양이 어느 쪽이 많은지를 분석해 보았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정자를 형광색소와 함께 식염수에 담근 뒤 레이저를 쏘아주면 DNA를 많이 가지고 있는 정자세포가 더 많은 빛을 내서 X 및 Y 성염색체의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분별방법은 바로, X염색체를 가진 정자가 Y염색체를 가진 정자보다 DNA를 많이 갖고 있다는 사실에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염색체의 크기만 비교해도 X염색체가 Y염색체 보다 월등히 크다. 크다고 해서 우월한 것은 아니지만 소위 게놈(Genome) 프로젝트에 의하여 X염색체는 Y염색체보다 더욱 복잡하고 많은 DNA 염기서열을 가지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DNA에는 다양한 유전암호와 유전형질의 정보들이 들어있다. 여성의 XX 성염색체에는 남성의 XY 성염색체보다 유전정보양이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과학적 결론이다. 생물학적 페미니스트들은 이런 이유로 여성이 우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DNA 함량이 많다고 해서 꼭 우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식물의 DNA가 동물보다 많다고 해서 식물이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필자 생각에는 아마도 조물주가 남성보다 더욱 복잡한 여성의 특성을 생각하여 미리 선물을 준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복잡하기 그지없는 생식과 임신의 과정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임신 10개월이라는 과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도 여성은 남성보다 복잡한 정보가 필요하며 태어난 아기를 키우기 위한 유선(乳腺) 발달 등 각종 복잡한 내분비계의 작용들을 총지휘하기 위해서도 더욱 복잡하고도 정교한 정보들이 필요할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미국의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모든 창조물 중 가장 중요한 존재임을 기억하십시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해 우리 국민이 토양과 숲과 물의 보호 필요성을,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사람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겠습니다.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우리 국가 과업을 이어나갈 다음 세대를 훌륭하게 기르는 일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를, 특히 여아를 보호해야 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꼭 짚어 특히 여아를 더 보호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다름 아닌 모성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어머니가 될 여아들이 건강해야 다음 세대가 건강하다는 당연한 이치를 이처럼 깨우쳐주는 지도자가 있는 나라는 정말로 행복해 보인다.

인류를 어떻게 두 부류로 나누어 한쪽이 우월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또한 생물학적 여성 우월론은 사실 페미니즘과도 관계가 없다. 필자의 성향을 자체 분석한다면 평생 여성만을 진료해온 산부인과의사로서 남들이 보기에는 어쭙잖은 페미니스트에 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생산성 없는 소모적 페미니즘 논쟁은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그저 필자가 한마디 거든다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든 인류는 여성이 낳는다”는 것이다. 인류의 시대를 지속하고 싶다면 우리가 쉽게 잊고 있는 이 사실만으로도 모든 여성은 생물학적 관점에서 더욱 보호되고 존중받았으면 좋겠다.

에디터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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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댓글
  1. 부구강병

    정론입니다. 모든 생물이 그러하듯 이나가의 성은 선천적인 성으로만 구별되어야 함은 의론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젠더로 하여 인간 본래의 성을 다변화하고 싶은자들이 생떼를 부리는 거다.

  2. 미래에~

    옳으신 말씀입니다 페미니즘과 젠더에 의견에 공감 합니다 그러므로 여성은 생물학적으로 존중 받고 인정 받아야 합니다

  3. 예과3학년

    아하! 그래서 23 trisomy가 보통 인간들보다 우월하군요!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4. 레지던트

    너무 좋은 말씀입니다. 이 글을 현재 젊은이들이 모두 좀 봤으면좋겠네요!!

  5. 기역

    한가지, XY 만 Y가 성을 결정짓는게아니고, XXY 일때도 X가 두개나있는데도, 그사람은 Y에의해
    남성 성기를 갖게됩니다.(XX때문에 여성형유방을 가지기도하지만)
    X가 3개인 XXXY 여도 마찬가지겠지요. X가 갯수가 많고 덩치가 커보이지만,
    생각보다 Y의 무엇인가가 더 우월한건지, 결국 Y가 우성이되어 성을 결정짓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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