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병 옮기는 진드기, 겨울에도 쌩쌩한 이유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진드기가 옮기는 라임병에 걸린 환자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서 3배나 증가했다. 매년 4만76000명가량의 라임병 환자가 발생한다. 그로 인해 라임병은 북미에서 동물에 의해 전파되는 감염병 1위로 올라섰다.

라임병은 진드기가 사람을 무는 과정에서 보렐리아균이 침범해 발병한다. 초기 증상은 발열, 두통, 피로감 등 감기와 비슷하다. 이후 가장자리는 붉고 가운데는 연한 모양인 이동 홍반이 나타난다. 라임병을 방치하면 여러 장기로 균이 퍼져 뇌염, 말초신경염, 심근염, 부정맥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주로 겨울산 등반을 많이 한다. 진드기에 물릴 위험이 적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1월 3일부터 온라인상으로 개최 중인 통합비교생물학회 연례총회에서 라임병을 옮기는 사슴진드기(검은다리진드기·Ixodes scapularis)가 지구온난화로 수명이 길어지고 겨울에 더 활동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이 발표됐다. 겨울에도 라임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라임병을 옮기는 사슴진드기와 그 사촌인 서부사슴진드기(Ixodes pacificus)가 2016년 현재 미국 50개 주 중 절반까지 확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런 진드기 퇴치를 위해 2020년 600만 달러의 예산을 추가 편성했다. 그 일환으로 진드기 감염병 예방을 위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11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는 이 mRNA백신을 맞은 동물이 100% 면역력이 형성됐다는 고무적 동물실험 결과가.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백신 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지 라임병의 확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시작된 사슴진드기의 캐나다 침공은 대서양 연안의 뉴펀들랜드 바로 아래에 위치한 노바스코사주까지 퍼졌다. 노바스코사주에 위치한 달하우지대학의 생태면연학 박사후연구원 로라 퍼거슨은 겨울추위가 닥치면 활동을 멈추던 진드기가 어떻게 이렇게 북쪽까지 침투했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

퍼거슨 연구팀은 3번의 겨울에 걸쳐 야생에서 600마리의 사슴진드기를 수집해 뚜껑이 덮인 유리병에서 키웠다. 연구진은 진드기들이 먹을 나뭇잎을 충분히 넣어준 이 유리병들을 기온이 영하 18~20까지 되는 추운 겨울 4개월간이나 밖에 내놨다. 4개월 뒤 상태를 확인해본 결과 일반 진드기는 50%만 살아남은 반면 라임병의 원인균인 보렐리아균(Borrelia burgdorferi)에 감염된 진드기는 79%나 살아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퍼거슨 연구원은 “보렐리아균에 감염되는 것이 겨울철 생존에 큰 도움을 준다”며 “이렇게 겨울에 강한 진드기가 많아지다보니 봄철 라임병 감염률이 급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거슨 연구원은 특히 미국 북동부의 올 겨울처럼 따뜻한 기온과 혹한의 기온이 교차하는 경우 라임병을 옮기는 진드기의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진은 감염된 진드기와 감염되지 않은 진드기를 3가지 조건 중 하나에 놓고 비교했다. 영하의 온도, 섭씨 3℃의 따뜻한 온도, 마지막으로 기온차가 오르락내리락한 조건이었다.

이런 조건 아래 진드기가 잠에서 깨 유리병 밖으로 기어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를 관찰한 결과 기온차가 오르락내리락한 조건에 있던 감염된 진드기의 활동력이 가장 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진드기는 1주일에 4일 정도 잠에서 깨 꾸준한 활동력을 보였다. 반면 감염되지 않은 진드기 또는 일정 온도 아래 있던 진드기는 1주일에 1,2일 정도만 깨어나 활동했다.

또 일정 기간의 한파를 겪고 난 뒤 감염된 진드기가 그렇지 않은 진드기에 비해 활동이 왕성해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퍼거슨 연구원은 “감염된 진드기에겐 겨울의 추위가 숙주를 찾아 질병을 계속 퍼뜨리는데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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