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피린, 장 미생물에 긍정적 영향?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심장병약부터 항생제까지 우리가 복용하는 약물은 장 마이크로바이옴에 생각하는 것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장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의 정상적 기능에 필수적인 수십억 개의 미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피어 보크 박사 연구팀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많은 약이 장 미생물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약물을 많이 복용하는 세대로 볼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비만, 관상동맥 질환 등 심장대사 질환의 유병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병을 앓는 사람들은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날마다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한다.

EMBL 과학활동국장 피어 보크 박사는 “이 연구에서 28가지 약물 및 여러 가지 약물 조합의 효과를 분석했다”며 “많은 약물이 장내 세균의 구성과 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아스피린을 비롯한 약물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약물이 질병, 식이요법, 흡연을 합친 것보다 숙주 마이크로바이옴에 더 뚜렷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인다.

장내 세균에 대한 항생제의 부정적이고 지속적 영향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연구는 시간이 흐를 수록 영향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동 저자인 소피아 포슬룬드는 “5년 동안 여러 종류 항생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예전에 비해 덜 건강해졌다. 항균 저항성을 나타내는 징후도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질병이 숙주 마이크로바이옴에 미치는 영향, 특히 한 개 이상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고자 했다. 이들은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2000명 넘는 심장병 환자들의 다중 오믹스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다. 대규모 코호트 덕분에 처방약의 복용량도 마이크로바이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

제1 저자 리마 차카룬(현 예테보리대 박사후연구원)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환자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고 질병의 심각성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질병 치료를 위한 약물이 마이크로바이옴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교란 요인의 영향을 고려한 통계적 접근법을 통해, 연구팀은 약물과 질병의 영향을 각각 알아낼 수 있었다. 보크 박사는 “우리는 표준 오류의 많은 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론적 틀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약물이 질병의 징후를 감추고, 잠재적 바이오마커나 치료타겟을 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이같은 결과는 개별화된 치료와 예방전략 뿐만 아니라 약물의 용도 변경에도 잠재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를 위해 6개국 전문가들이 임상의, 생물정보학자, 컴퓨터 시스템 생물학자로 구성된 학제간 팀을 구성해 참여했다.

연구는 《네이처》에 발표됐다. 원제는 ‘Combinatorial, additive and dose-dependent drug–microbiome associations’.

이보현 기자 together@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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