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늦추는 식이요법은?

노화를 늦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식이요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안티에이징 다이어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특정 영양소의 섭취를 제한하는 엄격한 식단이 수명을 늘리고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을 줄인다는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내세운다. 유사한 효과를 인간에게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와 캘리포니아주 페니언 바이오메디컬연구센터의 연구팀은 노화 과정을 늦춘다고 주장하는 식이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연구 리뷰를 실시했다. 이번 리뷰는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를 비롯 탄수화물, 단백질 또는 특정 아미노산의 섭취를 제한하는 식단과 간헐적 단식에 대한 연구들을 검토했다.

대표적으로 칼로리 제한 식이요법을 살펴보자. 동물의 칼로리 섭취 제한과 수명에는 확실한 관계가 있다. 쥐의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일반 식단을 먹인 쥐에 비해 더 건강해지고 평균 수명이 증가한다. 또한 암, 신경 퇴행성 질환, 심혈관 질환, 제2형 당뇨병을 포함한 노화 관련 질병의 발생률도 감소한다. 이처럼 동물실험 결과는 명확하지만, 이번 리뷰에 의하면 이런 효과가 인간에게도 해당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동물 실험의 경우 병원체가 없는 이상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데 인간은 그럴 수 없다. 인간 환경과 생활 방식의 엄청난 변화는 잠재적인 수명 연장 식단의 건강 효과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개인의 유전적 변이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쥐는 단지 체온 유지를 위해서 칼로리의 절반을 태워야 하는 작은 동물이다. 인간의 신진대사 요구량과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수명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연구팀은 “심각한 칼로리 제한은 면역 기능과 상처의 치유 등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팬데믹처럼 면역체계가 도전을 받거나, 양질의 건강관리가 없는 환경에서는 수명 연장이라는 잠재적인 이익을 상쇄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인간에게도 칼로리의 적절한 제한이 상당한 이점이 있다는 관찰 증거도 있다.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은 전통적으로 본토인에 비해 칼로리를 20% 적게 섭취했다. 과거 오키나와 주민들은 인구 1인당 평균 수명이 가장 길고 100세 이상 고령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연구팀은 탄수화물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고 건강한 지방의 무제한 섭취를 허용하는 키토다이어트, 간헐적 단식, 단백질과 아미노산 섭취를 제한하는 식이요법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모든 식단이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어서 안티에이징 관련 효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번 리뷰를 통해 연구팀은 안티에이징 식이요법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예측을 하면서도 이러한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경고한다. 특정한 유전자 구성을 가지고 있거나 특정한 환경 조건 아래서는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것.

무엇보다 현재로서는 임상적으로 입증된 노화 방지 식단이나 약물이 없으며, 어느 것도 아직 안전성을 충분히 확립하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연구팀은 의사들이 건강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다이어트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연구는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원제는 ‘Antiaging diets: Separating fact from fiction’.

    이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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