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불법 역사 논쟁의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

[허윤정의 의료세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와 기관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듯이, 준법은 시민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으로 시민의 준법의식은 사회질서 유지의 근간이 된다. 작년 7월 ‘한국인의 법의식’에 대한 법제연구원 보고서에는, 1991년 17.7%에 머물렀던 국민들의 ‘준법’에 대한 인식이 2008년 37.1%, 2015년 49.5%, 2019년 73.9%로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반면 법 집행의 공평성·공정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60%대에서 10%대로 추락했다. 보고서는 지속적인 정책적 대응과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PA(Physician Assistant)라 불리는 진료보조인력의 불법 의료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235명에서 2009년 968명으로 4년 동안 4.1배 증가하였다는 병원간호사회의 조사보고도 있다. 2006년 ‘우리나라 PA 역할모델 개발을 위한 연구’에서는 PA가 전공의 업무 일부를 대행하고, 전공의 지원이 없는 외과계에 집중되고 있으며 제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11년 2125명으로 추정되는 PA 간호사 제도화에 대해 의협과 대한흉부외과학회는 반대, 대한외과학회와 병원협회는 찬성하는 입장으로 의료계 내에서도 갈등이 있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대한의학회와 함께 의협, 병협, 해당학회 등과 의견을 조율하여 PA 제도화를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2012년 대한흉부외과학회의 PA간호사 연수 교육 계획에 의사협회가 제동을 걸고, 전공의협회가 PA간호사 채용 공고를 낸 상계백병원 등 병원장을 고발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PA 문제는 병원이 아닌 검찰과 경찰의 수사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2014년 3월 10일 원격의료 반대 등을 이유로 의료계가 하루 집단휴진을 하면서 정부와 2차 집단휴진의 철회를 조건으로 PA합법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의협과 전공의협과 협의 없이 PA 합법화를 재추진 않기로 한다는 의정합의 결과에 대해 대한간호협회가 3월 19일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PA 제도화는 다시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14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제도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보건복지부도 PA 합법화를 검토해왔으나 전공의 수련기회 박탈 등을 우려하는 의협과 전공의협회의 반대로 논의는 중단했으나, 불법으로 분류되고 있는 PA 제도화는 필요하다는 제언을 담고 있다.

2018년 PA간호사가 3000명 수준으로 증가를 추정되어 이를 제도화하거나 의사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확대되었다. 2019년 6월 보건의료노조의 전국 42개 병원 실태조사 결과 69%의 병원에서 971명의 PA가 근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부족한 의사를 대신하여 수술, 환부 봉합, 시술, 드레싱, 방광세척, 혈액배양검사, 상처부위 세포채취, 초음파, 방사선 촬영, 진단서 작성, 투약처치 등 의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고발이었다.

다시 2019년 8월 검찰과 경찰이 PA에 대해 수사에 나서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압수수색을 실시했는데, 의협의 PA 고발로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하고, 민간보험사의 고발로 대구에서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PA 문제로 2012년에 고발이 시작된 이후 의료계 내의 고발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2020년 8월 보건의료노조의 PA 실태조사 결과 8개 대학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PA가 717명으로 보고되었다. 2020년 전국의 PA는 4000명 이상으로 추정되었다.

올해 병원간호사회 실태조사 결과 PA 간호사는 4814명으로 조사되었다. 이들 간호사의 56%인 2713명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며, 이들의 73%인 3499명이 외과계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A의 93%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PA 간호사들이 병원이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의사 대신 수술과 약 처방 등 불법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고 다시 고발했다. 수 차례 실태조사와 발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고발했고, 의료계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함구하고 있는 그림자 같은 불법의료행위자가 PA다.

이상한 것은 불법 의료행위를 고발한 노조의 공개적 기자회견에 대한 정부의 반응이다. 불법은 알고 있었으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서울대병원은 PA의 업무를 양성화해 이들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파격적인 방안을 공개했다. 명칭을 ‘임상전담간호사'(CPN; Clinical Practice Nurse)로 바꾸고 의사의 지도 감독하에 업무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고 차제에 양성화해 이들 인력을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PA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면 젊은 의사의 일자리는 물론 의료체계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규탄을 이어가고 있다. PA의 불법 의료 현장을 공개한 노조, 불법적 PA를 알면서도 처벌도 제재도 법 개정도 추진하기 어려운 정부, 불법임을 알면서 차제에 양성화해서 무법으로 가려는 서울대병원, 불법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규탄하지만 병원의 PA 역할 공백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의료계, 국민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2020년 OECD 보건의료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임상의사는 인구 1000명당 2.4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못 미친다. 간호사 수는 인구 1000명당 7.2명으로 OECD 평균인 8.9명에 비해 1.7명 부족하다. 지역별 편차는 더 심각하다. 서울 3.0명을 제외하면, 경기 1.6명, 인천 1.7명으로 수도권도 부족한 상황이다. 의사 수를 늘려서 지역별 건강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이유다. 의사 수가 적어도 의료 공백이 없지 않느냐라는 주장도 있지만, 부족한 의사의 역할 일부를 병원에서 PA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백들이 불거지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외과, 흉부외과 등의 기피과의 전공의 미달 문제는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은데, 전공의들이 근무 시간은 줄어들었다. 의료의 질 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음지의 PA 들이 이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오히려 PA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공연히 일하는 것이 고착화되고 있다보니, 일부 병원에서 이를 악용하여 대리 수술 등 불법의료행위가 자행되기도 한다.

의사 단체는 이해관계보다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을 고려하여, PA 문제에 대한 의견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PA로 인해 전공의 수련기회 박탈 등의 문제가 생긴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불법임을 알면서 생겨나고 늘어나 이제 5천 명으로 추산되는 PA들을 없앨 것인지, 존속한다면 제도적으로 정당한 이름과 역할을 부여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 우리 의료를 부분적이라도 정상화하는 방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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