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이 건강하면 덜 외롭다(연구)

[사진=LightFieldStudios/gettyimagebank]
몸과 마음의 건강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여기까지는 수긍을 해도 지혜와 외로움이 장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하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지혜는 늘리고 외로움을 줄이려면 장이 건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지 몰라도 최근 UC 샌디에이고 의대 연구팀이 이런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달 말 ‘정신분석학 프론티어’ 저널에 실린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지혜와 외로움이 장내 미생물 군집의 다양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UC 샌디에이고 의대 정신의학과 신경과학 분야 저명한 교수이자 논문의 수석저자 딜립 제스트 교수는 “외로움은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이끌 수 있고, 반대로 장내 환경의 변화는 사람을 더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인간의 장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 소화관 내에 존재하는 수조 개의 미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장의 기능을 뇌의 감정과 인지 센터와 연결하는 복잡한 네트워크 ‘장-뇌 축’에 대한 연구는 이미 알려져 있다.

장과 뇌의 쌍방향 소통 체계는 신경 활동, 호르몬, 면역 체계에 의해 조절된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 소통체계의 변화가 생기면 스트레스 반응과 행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서적 자극, 그리고 의사 결정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과거의 연구는 장을 지혜의 핵심 요소로 간주되는 성격과 심리적 특성은 물론, 우울증 조울증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정신건강 장애와 연관지었다. 최근 들어서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사회적 행동과 연결하는 연구가 이뤄지면서 더 큰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 보다 다양한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갖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정신분석학 프런티어’에 발표된 새로운 연구에는 28세부터 97세까지 187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외로움, 지혜, 동정심, 사회적 지원 및 사회적 참여에 대해 자체 작성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한 측정을 완료했다. 장내 미생물은 대변 샘플로 분석했다. 장내 미생물 다양성은 두 가지로 측정됐다. 하나는 개인마다 미생물 종의 생태적 풍요를 가리키는 알파 다양성, 다른 하나는 개인 간의 미생물 군집 구성의 차이를 가리키는 베타 다양성이다.

그 결과 더 낮은 수준의 외로움과 더 높은 수준의 지혜, 연민, 사회적 지지와 참여는 장내 미생물의 계통발생적 풍부함과 다양성과 관련이 있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정서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을 연계하는 메커니즘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미생물 다양성의 감소가 전형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악화로 나타내고 비만, 염증성 대장 질환, 주요 우울증 장애 등 다양한 질병과도 관계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따라서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집을 갖는 것이 외부 병원균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고독은 장 생태계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스트레스 관련 장애에 대한 저항력과 회복력을 떨어트려 전신 염증 등 후속적인 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외로운 사람들은 다른 질병에 걸리기 더 쉬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독과 미생물 다양성의 상관관계는 특히 노인들에게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는 노인들이 고독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점에서 이전 연구와 일치한다. 결국 장건강을 지키는 것은 몸과 마음에 모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한다는 결론이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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