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과 조기치료는 언제나 좋을까?

[사진=metamorworks/gettyimagesbank]
‘조기발견은 치료의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증상이 나타날때까지 기다리면 너무 오래 기다린 것이다.’ 질병에 관련된 이런 상식은 무조건 옳은가?

미국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의 선임 교수 편집자인 로버트 슈멀링 박사는 ‘조기 발견과 치료는 언제나 최선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오랜 임상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증세는 저절로 사라진다. 이런 경우 조기 검사는 노력과 시간 및 의료 비용의 낭비에 해당할 수 있다. 일부 검사는 침습적이며 합병증의 위험이 크다. 또한 사소한 이상 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더 많은 검사가 이어지는 동안 환자의 불안감만 키우게 된다.”

때때로 ‘치료’는 시간의 흐름에 달려 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공격적인 검사보다는 주의 깊게 기다릴 것을 제안하는 이유이다. 슈멀링 교수에 의하면 상당수 문제들은 증상을 일으키기 전까지는 알 가치가 없거나 치료할 가치가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내과 재단은 2012년 현명한 선택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 목표는 보다 선별적이고 증거에 기반한 검사와 치료를 장려하고 불필요한 검사를 억제하는 것이다.

조기 발견과 치료를 통해 숱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남용해서는 안된다. 슈멀링 교수는 조기발견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와 그 반대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조기 발견과 치료가 도움이 되지 않는 조건 6>

1. 특정 백혈병과 림프종 = 악성이긴 해도, 일부 백혈병과 림프종은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치료의 위험이 이점을 능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 초기 만성 림프성 백혈병에는 딱히 어떤 치료법도 권장되지 않을 수 있다.

2.사코이도시스 =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세로 종종 다양한 장기에 림프절 확대와 염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아무 증상도 없고, 신체 검사와 정기 검사에서 ‘정상’ 결과가 나왔다면 어떤 치료를 받아도 그다지 효과가 없을 수 있다.

3.특정한 종류의 전립선암 = 전립선 바깥으로 번지지 않고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 공격적이지 않은 형태를 가진 경우 치료 없이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PSA’ 검사 등 전립선암 검사에 대해 찬반논쟁이 확산됐다.

4.골관절염 = 관절염의 가장 흔한 형태이며 나이가 들수록 거의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어떤 치료도 낫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5.약간 높은 LDL 콜레스테롤 =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낮은 사람의 경우 약물치료 보다 규칙적 운동, 체중 감량, 건강한 식단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하도록 권한다.

6.감기와 기타 바이러스 감염 = 우리의 면역 체계는 약물이나 다른 치료 없이도 대부분의 바이러스 감염을 물리칠 수 있다. 치료는 감기치료제 해열제 등 보조적 조치로 그치고, 굳이 다른 검사는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조기치료가 필요한 경우>

대부분 조기 진단일수록 치료 가능성은 높아진다. 의사들은 초기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유방암과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그래서 유방조영술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포함한 선별검사는 매우 중요하다. 종양이 치료 불가능한 단계가 되기 전에 발견할 수 있어서다. 암은 아니지만 류머티스 관절염, 맹장염, 세균성 폐렴 등도 조기 진단과 치료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므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심대한 차이를 부르는 중증 질환이 의심되면, 의사는 이를 조기 발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흉부 엑스레이에서 암을 암시하는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추가 검사를 주선해야 한다. 암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검사가 불필요했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는다. 약간의 가능성만 보여도 심각한 병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한 검사가 필수적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검사?>

내 몸 어딘가가 불편한데 그 이유를 모른다면 걱정과 불안, 우울함을 느낄 수 있다. 자칫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기 쉽다. 이럴 때는 질병의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알아도 조기검사는 안심과 안도감을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긴 해도 초음파, MRI 등 광범위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촬영은 신중해야 한다. 조기 검사 중 상당수는 이를 통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에 의해 부추겨질 우려가 있다.

어떤 회사는 경영진에게 일반적 검사와 다른 세밀한 의료 검사를 제공한다. 초기에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을 찾기 위해 비싼 비용이 들어가는 신체 검사를 받는 것이 특권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같은 검사는 실제적 단점이 있으며, 그다지 이롭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 슈멀링 교수의 견해다.

미국 의학계의 문화는 오랫동안 ‘더 많은 보살핌 – 더 많은 검사 – 더 나은 치료’를 추구했다. 하지만 이를 재고해 볼 가치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 온다. 의료현장의 검사 능력이,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을 앞섰다는 주장도 있다. 의료진과 환자들은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배제하는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특정 질환에서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확실히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질환에 대해서는 과도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보현 기자 together@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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