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전공의 고발 철회, 정책 원점으로”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안철민 교수가 28일 서울 신촌에서 정부의 새 의료정책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극한대결로 치닫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10명을 고발하고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의대 교수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28~29일 속속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강공책을 계속하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의 ‘끝장대결’이 환자를 볼모로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상당수 대학병원에서는 진료·수술 연기가 속출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에서는 진료 축소를 공식 선언했다. 정부의 강공에 의료계 전체가 맞불을 놓으면 코로나 19사태까지 겹쳐 최악의 의료대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내과는 28일 “오는 31일부터 1주일 동안 연기가 가능한 외래와 시술 등의 진료를 축소하고 입원환자 진료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외래 진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측에서는 전공의, 전임의 등의 집단휴진에 따라 입원환자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피치 못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전날 회의에서 상당수 교수들은 정부의 방침에 거부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져, 의료계에서는 교수들의 파업 동참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전국의 의대 교수들은 28~29일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가천대, 가톨릭대, 가톨릭관동대, 건양대, 경북대, 경희대, 고려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성균관대(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 아주대, 연세대, 영남대, 울산대(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 이화여대, 전남대, 중앙대, 충북대, 한림대, 한양대 의대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등 20여 개 의대·의전원 교수들은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전공의 고발 철회와 정부에서 최근 발표한 의료정책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으로 관망하던 교수들을 들고 일어서게 한 계기는 28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10명을 고발한 것.

한양대의대교수협의회는 28일 “한양대병원 전공의가 중증코로나 응급환자 진료과정에서 확진자에 노출돼 자가 격리 후 복귀하자마자 고발됐다”면서 “우리 제자들인 의대생, 전공의, 전임의 단 한 명이라도 부당한 조치가 가해질 경우 교수들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세대 의대 유대현 학장은 이날 교수들에게 보낸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고발 조치에 따른 긴급 서신’을 통해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1명을 포함해 복지부가 경찰에 고발했다. 교수들이 신중하고 절제된 최소한의 요구도 무시한 채 그릇된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교수들의 의견을 물어 응급실, 중환자실, 코로나19 관련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의 축소, 단계적 파업, 교수 사직서 제출 등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인 의대생들의 의사고시 불참 및 연기 주장에 대해서도 힘을 보탰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28일 성명서를 내고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각 대학병원에서 진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임상교수들의 채점교수 파견 어려움이 겹쳐있다”며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할 것을 제안했다.

전의교협은 “이번 사태로 제자들의 불이익 방지를 위한 행정적 조치를 요구하며, 불이익을 받는다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단체행동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현재 전국적으로 코로나19 재확산 상황과 각 대학병원에서 진료공백을 메우고 있는 임상교수들의 채점교수 파견 어려움이 겹쳐있다”면서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최소 2주 이상 연기하라고 주장했다.

동국대 의대는 28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9월1일부터 실시되는 의사고시 실기시험 채점위원에 교수들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일부 의대 교수들은 복지부가 태도 변화를 보이는 듯하다가 강공책으로 나온 데 대해서 발끈하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 의료계 원로들의 의견을 들으며 대화 움직임을 보였지만, 대통령이 26~27일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의료 파업에 강력 대처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의사들을 강력 비판하자, 전공의 고발과 업무개시명령 등을 실행했다. 법무부와 경찰청도 의사 집단휴진에 대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발표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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