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년의 자연스러운 주름마저 감추려고 할까?

[김용의 헬스앤]

최근 미용 시술-수술 부작용으로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입가의 주름을 없애려다 미소를 잃은 사람도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TV를 볼 때 유명인들의 부자연스러운 얼굴 모습을 가끔 목격한다. 친근했던 인상이 어느 순간 변해 불편한 느낌이 온다. 팬의 입장에서 속상한 마음까지 든다. “왜 얼굴에 손을 댔지? 예전이 더 좋았는데…” 중년이 넘은 나이라 얼굴 주름을 감추기 위해 시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시술 흔적을 감쪽같이 감추기 어려운 것 같다. 나처럼 둔감한 중년 남자도 금세 알아채니…

아이들도 영상에 비친 얼굴에서 시술이나 수술 흔적을 찾아내는 시대다. 한 유명인의 자녀는 친구들로부터 “넌 성괴(성형 괴물) 아들이야”라는 소리도 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자녀가 잘 대처해서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엄마로선 속상한 일이다. 부모의 시술-수술이 아이의 마음까지 생채기를 낸 것이다. 처음에 했던 쌍꺼풀 수술이 마음에 안 들어 재수술을 몇 번 했다고 한다.

굳이 TV에 나오는 유명인의 사례를 들지 않아도 주변에서 미용 시술-수술로 마음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입가의 주름을 없애기 위한 시술로 인해 미소조차 제대로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 “입가가 이상해졌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아 한동안 대인기피증까지 왔다고 한다. 이마의 주름이 신경 쓰여 보톡스를 맞은 결과, 눈이 무거워져 고생했다는 사람도 있다. 보톡스는 주름을 만드는 근육을 마비시켜 주름을 편다. 이마 주름 부위에 직접 주사하면 주름이 펴지지만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성형외과 전문의와의 신중한 상담이 필요하다.

왜 중년의 자연스러운 주름마저 감추려고 애를 쓸까? 일부 사람들의 사례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주름 하나 없는 매끄러운 얼굴이 마냥 보기 좋을까?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이 치켜세우는 것일까? 노년까지 주름 없는 얼굴로 지낼 것인가? 나는 주름 하나 없는 무결점 얼굴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개인 생각이다. 지나치게 많은 주름은 문제지만 언뜻 보이는 자연스러운 세월의 흔적마저 지우려는 것은 과도한 대응인 것 같다.

왜 사람들은 중년 여배우의 얼굴 주름에 열광한 것일까?

오랜만에 TV에 나온 중년 여배우의 얼굴 주름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세월이 묻어나는 자연스런 주름에다 환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그 나이에 얼굴 주름 하나 없었다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성장한 자녀의 엄마 배역에 잘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당시 시청자들은 중년 여배우의 얼굴 주름에 열광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동안 봐 왔던 시술 중년 여성의 얼굴에 싫증이 난 것일까? 영상에서 드물었던 자연 미인이 그리웠을까?

이제 40대에 접어든 가수 겸 예능인이 최근 “저도 젊어지고 싶고, 피부가 좋아 보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시술을 잘 안 받는다”고 말했다. 이 여성 가수는 “예전에 눈가 주름 없애려고 보톡스를 맞았는데 웃을 때 얼굴이 너무 무서워 보였다. 얼굴 근육을 많이 쓰는 사람은 보톡스가 부자연스러운 것 같아서 그 후로는 안 맞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이대로’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더 젊어 보이고 싶지만 편안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부작용으로 고민하는 것보다 주름을 남겨 두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일 것이다.

미용 시술 열풍에 전공의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개원?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에는 ‘성형외과 전문의 구별법’이 올라 있다. 병의원의 간판이 000 성형외과의원으로 표기되어 있어야 ‘진짜’라는 것이다. 비성형외과 전문의 및 일반의가 미용 시술 분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의대 졸업 후 전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곧바로 미용 시술 의원을 여는 의사들도 늘고 있다.

미용 시술 열풍에 의사들도 관련 분야로 몰리고 있다. 의대 우수 졸업생들이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를 외면하고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을 지망하는 것은 이미 오래된 풍경이다. 생명을 위태롭고 하고 몸의 마비 등 장애가 남는 뇌혈관질환(뇌경색-뇌출혈)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뇌혈관 수술 담당 의사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50~60대 고참 의사마저 은퇴하면 정말 위기 상황이다.

의대 증원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의료 분야를 오래 취재하면서 요즘처럼 나라 걱정을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자연스런 얼굴 주름 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몸속의 노화, 혈관 이상을 잡아내야 한다. 모두가 ‘자연스러움’을 잃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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