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중인 암환자에게 왜 곡류 섭취가 중요할까

[암과 영양 칼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곡류 혹은 곡물이란 쌀, 밀, 보리, 옥수수 등 사람의 식량이 되는 작물을 총칭한다. 간혹 콩과 작물을 의미하는 두류(Legume)와 혼동해서 사용되는 경우도 있으나 사전적, 학문적 의미로는 구분되는 용어이다.

전통적으로 탄수화물 식사 위주인 한국인들은 전체식품 섭취량 대비 곡류 섭취량이 많은 편이다. 최근에는 씨리얼바, 뮤즐리 등 곡류가공품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귀리, 아마란스. 퀴노아 등 전형적인 한국식단의 식재료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곡류의 이용 및 섭취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편으로는 곡류의 주된 영양성분인 탄수화물의 과잉섭취 시 나타나는 당뇨, 비만 그리고 이들 질환으로 인한 암 발생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여러 매체를 통해 보고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암환자들의 식사관리에서 다른 식물 유래의 항암식품에 비해 곡물 섭취의 효용성은 그리 크게 부각되는 것 같지 않다.

인체를 대상으로 한 곡류의 항암효과는 주로 암의 예방 효과 위주로 연구되었고 특히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전곡류(whole grain)의 효능 위주로 보고되었다. 전곡류의 껍질에는 폴리페놀 및 식이섬유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여러 질환의 개선과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폐경 여성을 14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전곡류의 섭취량이 높은 사람의 상부 호흡소화기계 암 발생 확률이 감소한 것을 발견하였다. 최근까지 발표된 여러 메타분석(역학연구들의 통합분석)에서도 전곡류의 하루 섭취량이 90g 증가하는 경우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17-20% 정도 감소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국제암연구재단을 비롯해 여러 암 관련 단체와 기관에서도 암 예방을 위한 식습관에 전곡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반면에  백미, 밀가루 가공품 등 도정 혹은 정제된 곡류는 껍질부분의 제거로 인해 기능성 물질의 섭취가 줄어들고, 혈당의 상승속도가 빨라 당뇨 혹은 암 발생 위험을 경고하는 결과들도 많이 제시되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하면 전곡류의 섭취가 암의 예방이나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현재까지 임상에서 이미 발생한 암의 상태호전이나 암의 재발률 감소, 암으로 인한 사망률의 개선에 곡류섭취의 단일효과를 보고한 사례는 없다.

또한 백미 등 정제된 곡류의 섭취가 적정한 탄수화물 섭취범위(하루 100g 이내)내에서도 암 발생과 관련 있다는 증거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곡류에 함유된 과량의 식이섬유소가 칼슘이나 철분 등 주요 무기질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며, 소화기계 암 환자들의 경우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될 위험도 있다.

암환자들은 암의 진행 단계, 항암치료 등에 따라 악액질, 오심, 구토 등의 소화불량, 식욕부진 등으로 식품섭취량이 부족해지기 쉽다. 이에 따른 에너지와 영양소의 결핍이 발생할 수 있고 이는 다시 암으로 인한 증상 및 항암치료 부작용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미 발생한 암의 경우, 특정 기능성식품을 통한 항암효과를 기대하기 이전에 균형 있는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곡류에는 주 영양소인 탄수화물 외에도 단백질도 상당량(7-10%) 포함 되어 있다. 주식으로 섭취되고 있는 비율을 감안하면 곡류는 사람의 하루 단백질 섭취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더욱이 암환자가 수술, 항암치료 등으로 식품 섭취량이 매우 부족하거나, 소화기계 증상 등으로 육류섭취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단백질 급원으로 곡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외에도 곡류의 배아 부분에는 비타민 B군, 비타민 E, 철분, 마그네슘, 아연 등의 무기질 등을 함유하고 있어 암환자의 영양상태 개선 및 에너지 대사 호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임상실험이나 전향적 역학연구로 보고되지는 않았으나 여러 동물실험 연구 등에서 흑미 등에 함유된 색소성분은 유전자변형이나 유방암, 전립선암 등의 암세포 성장을 방해하는 결과도 보고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0대 항암식품에 포함된 귀리의 경우 다른 곡류에 비해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의 함량이 2-3배 높다. 같은 맥류로 분류되는 밀, 보리 등에 함유된 프롤라민 단백질과는 달리 귀리에 함유된 단백질은 알러지 발생이나 염증성 장질환 발생 등의 부작용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따라서 암환자의 에너지 섭취 및 영양소 섭취를 위해 곡류는 좋은 영양급원이 될 수 있다. 2015년 한국인 영양섭취 기준 권장식단에 따르면 하루 2000 칼로리 기준 하루 3회 이상 (생쌀기준 90g)의 곡류섭취와 함께 식이섬유소 섭취를 위해 전곡류 혹은 잡곡을 먹을 것을 제안하고 있다.

국내 유수 병원들의 암 병동 및 영양팀도 곡류 섭취 시 도정미에 현미, 보리, 조, 수수 등 도정하지 않은 곡류를 혼용하여 잡곡밥의 형태로 섭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밀 가공품, 빵, 제과류는 통밀제품을 활용하거나 상대적으로 영양가치가 우수한 귀리, 아마란스 등의 곡물로 대체할 수 있다.

저작불능, 소화불량 등으로 전곡이나 섬유질이 많은 곡류의 섭취가 어려운 경우는 연식, 퓨레식 등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섭취할 수 있다. 곡류를 먹을 때에도 암 치료에 대한 효능이든 부작용이든 무조건 맹신하여 섭취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암의 종류, 암의 진행 단계, 치료 상태, 소화능력 등을 고려하여 임상영양사 혹은 의사의 도움 아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부소영 대구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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