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한의사 의료 일원화 논의 재점화, 의협 ‘일보후퇴’

‘2030년까지 의사-한의사 면허를 일원화한다’는 의사-한의사-정부의 밀실 합의안에 의료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사 단체는 합의안이 마련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합의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한방 관련 기자 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포함한 ‘전근대적인 대한민국 의료의 정상화 선언’을 발표했다.

한방 관련 기자 회견의 배경에는 지난 8월 31일 ‘의-한-정 협의체 합의안’이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의한정 협의체는 지난 8월 31일 오는 2030년까지 의료 일원화를 추진한다는 내부 합의안을 마련했다.

해당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2030년까지 의료-한방 교육 과정 및 면허 제도를 통합하겠다는 것이다. “의협, 한의협, 대한의학회, 대한한의학회 및 관계 기관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료일원화 통합을 위한 발전위원회를 꾸려 의료 일원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상의 합의 내용은 지난 2015년 11년 의협, 한의협, 복지부 등이 참여한 의료 현안 협의체가 발표한 ‘국민 의료 향상을 위한 의료 현안 협의체 의료 일원화 추진 제안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다만 2015년 제안문 발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면허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식, 한의사의 의료 기기 사용 여부 등을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 찬반 격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5일 ‘한방 치료의 효과가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 논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의한정협의체는 불필요하다’ 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한방과의 일원화 논의는 아직까지도 의료계 내부에서 근본적인 필요성과 구체적인 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상태”라며 “의료계 내부의 의견도 정리가 되지 않는 사안을 의한정협의체에서 논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역시 10일 ‘의료일원화 밀실 추진에 대한 대한개원의협의 입장’ 성명을 통해 “2015년의 의료 일원화 망령이 되살아난 느낌”이라며 “시작부터 다른 의사-한의사 일원화를 논의하는 것은 그 자체로써 의료의 근간을 부정하는 꼴”이라고 했다.

의협의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 선언’은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의한정 협의체에서 마련한 가안에 수용 불가 입장을 낼 것”이라며 “의협이 고수해 온 기본 원칙에 근거해 새로운 안을 만들어 제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새로운 안에서 ▲ 한의사 제도 폐지 ▲ 한의과 대학 폐지 ▲ 의학 교육 의과 대학 단일화라는 세 가지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또 최대집 회장은 “한의사 제도가 폐지되더라도 의사, 한의사의 기존 면허를 교체할 수 없다”는 의견을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은 ‘의료 일원화 밀실 합의에 대한 의사 회원의 불만에 어떻게 대처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합의안 수용 거부는 곧 합의안 폐기를 의미하므로 현재 문제시 된 합의안에 대한 추가 의견 수렴은 불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진=udra11/shutterstock]

    맹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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