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잘못했을 때 왜 주눅 든 표정을 지을까

반려견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잘못했을 때 보이는 행동과 표정이다. 거실 바닥에 소변을 봤다거나 신발을 물어뜯었을 때 야단을 치려고 하면 짓는 특유의 표정이다. 개들은 왜 이 같은 표정을 짓는 걸까.

강아지의 잘못을 혼내려다가도 고개를 숙이고 눈치를 보는 표정을 보면 귀엽고 안쓰러워 혼내기 망설여진다. 뒷걸음질 치며 물러서기도 하고 몸을 한껏 움츠린 채 잔뜩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눈을 내리깔다가 곁눈질로 쳐다보는 모습은 가엾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사람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하는 개에게는 병기가 될 수밖에 없다.

뉴욕시립대학교 분자생물학과 네이슨 H. 렌즈 교수는 최근 ‘사이콜로지 투데이(Psychology Today)’를 통해 이 같은 강아지의 표현방식은 그들의 조상격인 늑대의 행동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예측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어린 늑대들은 다른 늑대에게 거친 행동을 보이고 나면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인다. 이는 오랜 기간 생존전략의 일종으로 형성된 표현방식이다. 렌츠 교수는 이 같은 행동이 개의 주눅 든 표정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늑대는 다른 늑대를 세게 물거나 크게 으르렁대면 무리로부터 배척당하게 된다. 이때 늑대는 사과의 표시인 고개 숙임을 통해 다른 늑대의 용서를 받고 무리와 다시 어울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어린 늑대가 무리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익히는 부분이다.

렌츠 교수는 “개도 이러한 행동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이런 행동을 이용한다”며 “사회적인 동물로서 다른 동물과 조화롭게 어울리길 갈망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방치와 고립은 개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강아지의 주눅 든 행동은 늑대가 보이는 행동과 매우 유사하다.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눈을 마주치길 피하며 두 다리 사이로 꼬리를 감춘다. 어린 늑대도 다른 늑대의 호감을 사고 싶을 때 이와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

단 개과 동물이 죄책감이라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개는 주로 사람의 꾸지람에 반응해 이 같은 행동을 한다. 즉 죄책감을 느껴 사과를 한다기보단 상대방에게 항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다. [사진출처=STUDIO 11/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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