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는 기능성소화불량, 한방으로 해결?

 

한방치료의 핵심은 침과 한약이다. 최근 국내 한방병원들이 세계적 학회와 학술지에 침과 한약의 임상 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잇따라 내놨다.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에 대한 침 치료 효과와 한약의 간독성에 대한 속설을 뒤집는 임상연구 결과여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소화기내과 박재우.고석재 교수팀은 지난 16-19일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소화기학회에서 하버드의대 소화기내과 쿠오 교수와 함께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침 치료 효과를 발표했다.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기능성 소화불량은 다른 질환 없이 식사 후 복부에 충만감과 포만감, 통증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아직까지 뚜렷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박재우.고석재 교수팀은 기능성 소화불량증을 호소하는 국내 성인남녀 76명을 대상으로 실제 임상에서 시술되는 합곡, 태충 등 9개의 기본 혈자리를 비롯해 두통, 메스꺼움 등 개별 증상에 따라 견정, 내관 등 10개 혈자리에 추가적으로 침을 놓았다. 연구진은 4주간 총 8회에 걸쳐 침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쿠오 교수와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화기 개별 증상을 종합한 NDI-K(Nepean Dyspepsia Index–Korean version)에서 침 치료군은 치료를 받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60%의 호전율을 보였고, 상복부 불편감과 타는 느낌, 식후 더부룩함, 트림 등의 증상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석재 교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다양한 보완대체요법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 성과는 침 치료를 포함한 한의학적 치료가 기능성 소화불량증 치료에 있어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하버드의대에서 연수 중인 박재우 교수는 쿠오 교수와 함께 기능성 소화불량증의 침 치료 효과를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추가 임상시험과 침 치료 효과의 기전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SCI급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 5월호에는 한약의 간독성 여부를 알아 본 국내 연구논문이 실렸다. 자생한방병원이 지난 2005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8년간 의료재단 산하 7개 병원에 근골격계 질환으로 입원한 환자 3만2천여명 중 입.퇴원 시 혈액검사에 동의한 6894명의 데이터를 추적관찰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다.

병원은 간세포의 염증을 나타내는 ALT, AST, ALP, TB 등 4가지 지표를 사용해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CIOMS 기준으로 환자 6천여명의 간 상태를 간 손상과 간 기능 이상, 정상 간 기능 등 3단계로 분류했다. 환자들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근골격계 질환에 많이 사용해 온 우슬, 방풍, 구척, 두충, 오가피 등의 한약재로 조제된 한약을 복용했다. 평균 입원기간은 26.17일, 평균 연령은 44.31세였으며, 남자 45%, 여자 55%였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입원 시 간 기능 검사에서 간 손상 판정을 받은 환자는 354명이었지만, 한방치료를 받은 후 퇴원할 때 간 손상 환자는 129명으로 64%가 줄었다. 정상적으로 간 기능을 회복한 환자는 82명, 간 손상이 회복돼 간 기능 이상 판정을 받은 환자는 143명이었다.

이 연구를 진행한 자생척추관절연구소의 하인혁 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속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전문적인 한의사를 통해 한약을 처방받는다면 척추질환 등 근골격계질환의 치료 뿐 아니라 간 기능까지도 회복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병원측은 “한약으로 인한 간 손상 우려가 높은 것은 국내에서 이뤄진 몇몇 연구에서 한약의 범위를 전문적인 한의사에게 처방 받은 것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 처방 없이 섭취한 보조 식품까지도 한약의 범주에 포함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이는 한약으로 인한 간 손상 연구가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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