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 우습게 보다간… 뇌졸중 치매 위험

 

치주질환이 뇌혈관질환은 물론, 치매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40대 이후 잇몸관리가 갈수록 부실해지고 있어 만 40세를 대상으로 한 생애전환기 검사에 치과용 파노라마 엑스레이 검진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4일 대한치주과학회 주최로 열린 ‘제7회 잇몸의 날’ 기념식에서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이효정 교수는 미국의 건강영양조사를 근거로 축적된 치주염의 정도와 뇌졸중 발생 유무와의 관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치아가 적고 치주질환이 심할수록 뇌졸중 경험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통계가 아닌 뇌혈관 질환 부위에서 직접 치주병 세균이 관찰된 연구도 이날 소개했다.

해외에서 진행된 대규모 케이스 연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대만에서 지난 10년간 71만여건의 사례를 조사한 연구를 보면 치주질환에 걸린 환자 중 예방적 스케일링을 받았던 환자군이 치주질환 진단을 받고도 치료하지 않은 환자군보다 뇌졸중 발병률이 37%나 적었다.

인지노화와 치매에도 치주질환은 영향을 미쳤다. 이효정 교수가 60세 이상 노인 510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한쪽으로만 음식을 씹거나, 틀니 등으로 쌉는 기능이 약할수록 전두엽의 기능과 기억력, 시공간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효정 교수가 오는 2018년까지 9년간 진행 중인 ‘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KLOSCAS)’를 중간 평가해 분석한 결과다. KLOSCAS 연구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중심으로 국내외 다른 14개 기관이 공동으로 지역사회에서 60세 이상 한국인 7천5백여명을 전향적으로 추적 연구하는 국책사업이다.

이효정 교수는 “이미 고령 인구가 많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는 치아 상실 등과 관련해 씹는 기능의 정도와 인지장애 또는 치매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반면,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연구가 부족한 편”이라며 “뇌혈관질환뿐만 아니라 인지장애, 더 나아가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치주질환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렇게 치주질환 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인의 잇몸관리는 뒷걸음치고 있다. 대한치주과학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인의 평균 PQ(Perio_Quotient)지수는 악화일로다. 지난 2013년 31.4점에서 지난해 37.9점, 올해 41.7점으로 올랐고, 특히 40대에서 급격하게 높아졌다. 잇몸관리 지수를 뜻하는 PQ지수는 학회가 지난 2013년부터 동국제약과 함께 조사하고 있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치주질환 관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대한치주과학회 김남윤 이사는 이러한 통계를 근거로 “만 40세 때 실시되는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중 구강검진 항목에 치과용 파노라마 엑스레이(Dental Panorama X-ray) 검진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40세가 되면 치주질환이 생길 위험이 4.5배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노라마 엑스레이 검진은 기존의 임상검사보다 치주질환은 31.9%, 치아우식증은 23.1 % 더 발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김남윤 이사는 “현재 생애전환기 구강검진 항목에 파노라마 엑스레이 촬영을 추가하기 어려운 이유로 타깃 질환이 없다는 점과 정도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꼽을 수 있지만, 이미 치주질환이 여러 전신질환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고, 각 치과 병의원의 파노라마 엑스레이 보급률도 충분하다”며 “방사선 피폭량 역시 현저히 줄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지난 11년간 치은염과 치주질환 진료 인원은 466만명에서 1289만명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진료비 역시 9천억원을 넘어서 1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4년간 감기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이 걸리는 병이 치주질환이다. 대한치주과학회 조기영 회장은 “치주질환 환자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뇌혈관질환을 비롯해 전신질환과 치주질환과의 관계가 계속 밝혀지고 있는 만큼 치주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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