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 찢긴 상처에 무조건 소독제?

삼대가 모이는 설 명절에는 예상치 못한 사고도 생기기 마련이다. 오랜만의 담소와 차례상 준비에 어른들이 여념 없는 사이 고삐 풀린 아이들은 장난치다 찰과상이나 가벼운 열상을 입기도 한다. 이때 무조건 포비돈요오드나 과산화수소와 같은 소독제를 쓰는 게 좋을까.

상처에 흔히 사용되는 소독제가 모든 상처에 권장되진 않는다. 오히려 상처치유를 늦출 수도 있어 세심하게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포비돈요오드와 과산화수소 등 대부분의 소독제는 정상세포에 독성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상처치유를 늦추거나 접촉성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어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포비돈요오드는 세균과 곰팡이, 포자 등 다양한 병원균에 효과적인 살균제다. 감염위험이 높은 상처나 수술 전 소독 등 꼭 필요한 상황에만 써야 한다. 요오드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임신부, 신생아, 갑상선 질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금기다. 에테르와 요오드를 결합해 요오드를 천천히 방출시키는 연고제제는 상처부위에 습윤 환경을 조성하면서 세균 수를 줄여 드레싱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화학적 세정제인 과산화수소는 괴사된 조직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포독성을 감안해 미국의학협회(AMA)는 과산화수소로 소독한 뒤 생리식염수로 씻어내도록 권장하고 있다.

감염 우려가 적고, 자가 치료가 가능한 수준의 상처라면 생리식염수나 흐르는 물로 씻어내는 것이 더 낫다. 다수의 임상연구에서 생리식염수가 감염률을 낮추고, 상처치유를 돕는 데 가장 효과적인 세척액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하지만 생리식염수는 괴사된 상처를 효과적으로 씻어낼 수 없다. 식염수 용기를 열면 용기 안에서 세균이 성장할 우려가 있어 개방 후 24시간 내 사용해야 한다.

오염이 심하지 않은 상처라면 수돗물로 대신할 수 있다. 단, 수질과 상처의 특징, 동반질환이 있는지 환자상태 등을 감안해 사용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생리식염수보다 싼 멸균수가 많이 쓰인다. 멸균수는 증류해서 멸균한 물이다.

그러나 수돗물과 멸균수는 0.9% 식염수 용액보다 삼투농도가 낮은 저장성 용액이어서 적혈구가 파괴돼 헤모글로빈이 혈장에 섞이는 용혈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조직에 쉽게 흡수될 수 있어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상처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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