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대장 증후군 원인 밝혀졌다

 

끼니를 때우기 두려운 사람들이 있다. 밥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나 변비로 고생한다. 작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검사를 해보면 특별히 아픈 곳도 없다. 전체 인구의 7~15%가 이런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만성질환이지만, 특별히 밝혀진 원인은 없다. 주된 원인으로 스트레스가 꼽히지만, 스트레스는 웬만한 병에 모두 영향을 미친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원인을 밝힌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7일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에 따르면 대장 세균의 이상 발효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내 세균은 장 점막의 면역 활성화와 점막장벽기능 약화, 대사과정인 발효를 통해 직간접적인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 114명과 정상대조군 33명을 대상으로 장내 세균의 발효 정도를 간접적으로 측정해 서로 비교했다. 소형 무선 캡슐 내시경인 ‘스마트 필’을 이용해 장내 pH를 측정해 평가했다. 그 결과 소장에서는 pH 차이가 없었으나, 대장에서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의 pH가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pH가 낮다는 것은 산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뜻한다.

장내 산도는 설사나 변비 증상을 보이는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서만 차이를 보였다. 최 교수는 “대장통과시간이 길면 장내 산도를 높이는 단쇄지방산이 대장벽으로 95% 이상 흡수되기 때문에 대변 시 다쇄지방산의 배출량이 감소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 연구로 최근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제1차 세계 소화기기능성질환 및 운동학회 학술대회에서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의 치료법으로는 생활습관과 식이요법의 개선이 제시되고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장운동을 활성화시키는 걷기운동을 병행하는 생활습관이 권고된다. 카페인과 술, 지방이 많은 음식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대신 섬유질이 많은 채소나 과일이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없애는 데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이요법만으로도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개선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미국소화기내과협회 저널인 ‘위장병학’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장에 잘 흡수되지 않는 포드맵 성분이 많은 음식을 3주간 식단에서 제한한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이 완화됐다.

포드맵이란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남아 발효되는 당 성분을 일컫는다. 포드맵이 많은 음식은 소화효소로 잘 분해되지 않아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된다. 이러한 이상발효는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유발한다.

포드맵은 콩류와 유제품, 사과, 배, 체리, 마늘, 양파, 꿀, 밀, 보리 등에 많다. 전문의들은 “일상에서 포드맵 식품을 완벽하게 피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식단 조절 효과를 보려면 매우 오랜 기간이 필요해 보인다”며 “포드맵 식품을 피한다고 모두에게 효과가 나타나진 않는다”고 조언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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