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검진 말라? 그게 국가가 할 소린가?

대한갑상선학회는 21일 “초대 회장을 역임한 연세의대 외과 박정수 교수가 최근의 갑상선암 검진 이슈와 관련해 모든 회원들과 공유하고 싶은 내용의 글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갑상선학회는 “박 교수의 글이 회원들의 최근 이슈에 대한 생각과 진료 현장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학회는 박정수 교수의 글은 대한갑상선학회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했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14일 의사는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검진을 권고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과잉 검진 논란을 빚어온 갑상선암과 관련해 무증상 성인의 검사는 불필요하다는 내용의 검진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환자가 요구할 경우에는 검진을 하도록 했다.

국립암센터 이강현 원장은 “갑상선암 검진권고안 개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충분하게 거칠 계획”이라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제시한 의견을 검토한 후 최종 보고서를 10월 초쯤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박정수 교수의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암 검진 말라?’ 라는 글 전문이다.

8월15일자 C일보에 “증상이 없으면 갑상선암 검진 말라” 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국립암센터에서 8월 14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초안에서는 “가족력이나 방사선 노출이 없고, 목에 혹이 만져지는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를 권고할 근거가 없다”고 했단다.

이제 국가기관에서 국민이 암검진을 못하게 제동을 걸고 나올 모양이다. 건강검진이라 함은 병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조기에 발견, 치료하여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더구나 암 치료에 있어서는 조기 발견 조기치료가 완치율을 높이는 데에 결정적적인 역할을 한다. 위암,대장암, 페암, 간암 등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암의 치료율이 올라간 것은 치료기술의 발전에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조기발견 조기치료의 덕분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95%를 차지하는 유두암은 천천히 자라고 퍼지는 특성이 있어 다른 중대 암처럼 시간을 다투어 수술하고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늦게 발견되면 치료도 힘들어지고 사망률도 올라가게 되어 있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암으로 인한 증상이 있으면 이미 퍼져서 치료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미국 전국 포괄적 암 네트워크(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 Work)의 보고에 의하면 전체 갑상선암의 50%는 무증상으로 건강검진(routine phsical examination)이나 다른 영상진단 또는 목의 다른 수술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된 것이고, 나머지 50%는 증상이 없는 결절로 발견된 것이라고 했다. (J Natl Compr Canc Netw 2010;8:1228~1274).

말하자면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증상이 없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증상이 없으니까 때로는 진단이 늦어져 경과가 나쁜 코스를 취한다고 하였다(leads to long delays in diagnosis that may substantially worsen the course of the disease. Am J Med 1994;97:418~428).

갑상선암으로 증상이 있으려면 암이 커져 갑상선 주위에 있는 장기를 침입하거나(invasion) 압박할 때다(pressure). 갑상선 주위에는 기도, 식도, 성대신경(되돌이 후두신경), 경동정맥, 그리고 여러 가지 교감 부교감 신경들이 있는데 이들이 침범되거나 압박되어 질 때 거기에 따른 여러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목에 뭐가 매달려 있는 느낌, 숨이 차다든지, 삼킬 때 뭐가 걸리는 느낌, 목소리가 변한다든지 등등 여러 가지 증상이 나오는 것이다.

때로는 암의 크기가 작아도 위치가 기도, 식도, 성대신경, 갑상선피막 근처에 있으면 이들 장기가 침범을 당해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사람에 따라 암 덩어리가 커도, 암이 많이 퍼져 있어도, 심지어는 폐까지 퍼져 있어도 환자 자신은 증상을 못 느껴 늦게 발견되는 수도 있다. 이렇게 증이라는 것은 사람에 따라 암이 작아도 느끼기도 하고 암이 많이 진행되어도 못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암으로 인한 증상이 생겼을 때는 암이 많이 퍼져 정작 치료 할 때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많아 완치가 힘들어 진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다.

암의 진행정도를 나타내는 암병기는 보통 1,2,3,4기로 나누어 그 치료 결과를 본다. 상식적으로 병기가 올라 갈수록 결과가 나쁘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다. 갑상선암은 이 병기 외에 치료결과를 예측하는데 암의 퍼진 정도에 따라 여러 가지 위험군 분류라는 것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기도 한다. 즉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나누어 본다든지, 더 세분해서 저위험군, 중간 위험군, 고위험군 등으로 나누어 평가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2010년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에서 발표한 병기에 따른 5년 생존율을 보자. 사실 갑상선암은 5년 생존율은 의미가 없고 최소 10~15년 이상 생존율을 따져야 하지만 우선 5년이라도 통계를 보면

유두암의 1,2기는 100%, 3기 93%, 4기 51%;

여포암 1,2기 100%, 3기 75%, 4기 50%;

수질암 1기 거의 100%, 2기 98%, 3기 81%, 4기 28%로 되어 있다.

암이 늦게 발견될 수록 치료 성적이 나쁜 것이다.

또 위험군 분류에 따른 생존율 분석을 보자. AGES(age, grade, extent, size) 즉 연령, 암세포의 등급, 퍼진 정도, 암의 크기에 따라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을 나누어서 20년 치료생존율을 보면 저위험군은 98%, 고위험군 50%로 같은 암이지만 연령과 퍼진 정도에 따라 생존율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Arch Surg 1998;133:419~25).

다른 위험군 분류인 AMES(연령, 전이, 퍼진정도, 암의 크기) ( Surg 1997;174:462~468)나 메이요클리닉의 점수시스템(MACIS, Surgery 1993;104;947~953)등을 적용해봐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같은 암이라도 늦게 발견되고 치료되면 결과가 나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증상이 없는 갑상선암은 정말로 진단도 하지 말고 치료도 안해도 되는 것일까? 1988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에서 치료한 증상이 없는 1cm미만 갑상선암 환자 2만9512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World J Surg 2014, May Epub) 갑상선안에만 있는 초기암이 82.4%로 가장 많지만, 갑상선 주위까지 퍼진 암이 16.6%, 원격전이까지 된 암이 1.1%나 된다고 하였다.

2013년 1월부터 12월까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한 갑상선암 환자 중 증상은 없지만 건강검진에서 발견되어 수술한 2,409명의 환자를 보면 병기1, 68.2%.; 병기2, 0.5%; 병기3 , 28.4% ; 병기4, 2.9%였고, 이를 세분하여 본 결과 암 크기는 1cm이하가 73.6%, 1cm이상 26.4%, 피막침범 53.3%, 중앙 림프절 전이 36.7%, 측경부림프절 전이 9.4% 로 증상이 없는 갑상선암이라고 해서 모두 초기암이 아니고 1/3 이상이 병기 3 이상의 진행된 암이었다는 것이다.

병기 3 이상이라면 5년 생존율만 보더라도 환자들을 다 구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가. 치료하는 갑상선암 전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병기1이나 병기2의 환자를 치료해서 100% 완치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근데 좀더 일찍 발견해서 치료 하면 100% 고칠 수 있는 것을 현재 치료 성적이 99%를 육박하니까 이제는 갑상선암을 발견하기 위한 검진을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가기관에서 국민에게 할 소리인가?

조기 발견을 하지 않는 의료사회주의 국가인 영국의 현실을 보자. 국가기관인 Cancer Research UK의 최근 보고에는 갑상선암의 1년 생존율이 80% 약간 상회하고, 5년 생존율은 여자 79%, 남자 75%정도다. 끔찍하지 않은가? 우리도 이제 조기발견을 못하게 하니까 얼마가지 않아 이렇게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 갑상선 초음파검사를 권고할 근거가 없다고 한 그 발표의 근거가 무엇인지 납득할만한 데이타를 제시하여야 하지 않겠는가? 전국의 갑상선암 전문가에게 증상이 없는 환자의 임상자료를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가?

국가기관이란 배경을 가지고 국민의 생명에 관한 중차대한 일를 가지고 함부로 언론에 발표하여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세계 어디에서 갑상선암 검진의 진료가이드를 갑상선암을 연구하고 진료하는 학술단체가 아닌 국가기관에서 정하는 나라가 있는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 갑상선암 발견을 위한 검진을 막아야 한다는 국가가 있는가? 이런 중대한 발표에는 발표문에 참여한 사람의 이름과 발표문에 참여한 학회나 기관의 이름을 밝혀야 되지 않은가?

미국 갑상선학회나 NCCN 가이드라인을 한번이라도 정독한 일이 있는가? 면밀한 자료분석 없이, 관련 학술단체의 검증없이 공청회 몇번으로 사람의 생명에 관한 검진을 하지말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겠는가? 앞으로 갑상선관련 학술단체들이 각기 다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증상이 없으면 검진을 하지말라? 21세기 문명국가에서 할 수 있는 말인가? [글= 연세의대 외과 박정수 교수]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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