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리베이트 ‘투아웃제’ 방침에 술렁

 

지난해 의료계는 동아제약발(發) 리베이트 파문으로 휘청거렸다. 개요는 이렇다. 동아제약 영업사원이 동영상 제작업체를 의사들에게 소개했다. 그런 뒤 동영상 강의를 한 의사들에게 강의료를 줬다. 검찰 조사에서 영업사원들은 이 돈을 리베이트라고 진술했다.

이런 경우 현행법상 돈을 주고 받은 제약사와 의사는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다. 2010년 11월부터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쌍벌제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 리베이트 사건에 관련된 의사만 1300여명이었다. 쌍벌제 시행 이전까지 포함해서이다. 의사와 병원 관계자 등 120여명이 사법 처리됐다. 의료계에서는 동아제약이 리베이트가 아닌 것처럼 의사들을 속였다며 불매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이른바 ‘바꿔스 운동’이다.

정부는 쌍벌제 도입 이후에도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최근 건강보험법 시행령을 일부 고쳐 투아웃제를 선보인 것이다.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중단하고, 중복 적발되면 시장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것이 투아웃제의 골자이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투아웃제를 입법 예고한 상태이다. 이를 앞두고 제약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리베이트 근절에 공감하지만, 처벌이 과하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리베이트가 제공된 경위부터 따지고, 불법행위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한국제약협회(KPMA)는 27일 복지부에 낸 의견서에서 “회사의 관리감독에서 벗어난 판매사원 개인의 독단적인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서도 회사의 면책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아 치명적인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리베이트 제공 경위를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요양급여 정지, 제외는 산업 전반을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행정소송 등을 야기해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KPMA는 이에 따라 리베이트 제공 경위를 판단할 때 내부적 자정 노력을 반영해달라고 제안했다. 내부 교육과 규정준수 사원에 대한 상벌제도 집행,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부여받은 CP(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 등급평가 결과를 담보해달라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세이프하버(Safe-Harbor)와 같은 제도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심한 은신처’란 뜻의 세이프하버는 특정 영업활동의 준법과 불법 여부를 명확히 구분해 준법활동에 포함되면 법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를 뜻한다.

다국적제약사들의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도 이 날 복지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명확한 의미와 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하면 심각한 부작용과 피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즉 판매 촉진을 위한 모든 활동이 리베이트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KRPIA는 관련 규정에 불법 리베이트를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부당하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되는 경우’로 명시하는 등 불법 행위에 대한 판단 기준을 분명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양측 협회는 이와 더불어 투아웃제가 법적 논란을 빚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PMA는 형평성 위반을 제기했다. 동일한 행위라도 전년도 요양급여 비용의 총액에 따라 과징금의 차이가 발생해 법률상 평등원칙과 비례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즉 요양급여 비용 총액이 100억원인 회사와 10억원인 회사가 동일한 리베이트 제공액으로 처벌받아 과징금 30%를 부과받으면 전자는 30억원, 후자는 3억원으로 과징금 부담이 다르다는 것이다. KRPIA는 중복 규제라고 강조했다. 이미 약사법, 의료기기법, 의료법에 불법 리베이트 행위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있고, 공정거래법에서도 관련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과징금으로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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