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췌도-각막 이식 산업화 멀지 않았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시술법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1단계 1차년도의 사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지난 1년간 사업단은 보건복지부의 지원 아래 이종이식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왔다.

세부과제 기획이 일부 지연돼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지만 6개월의 짧은 연구기간동안 나름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이종각막이식과 이종췌도이식에 있어 전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사업단의 연구 책임자인 박정규 단장은 “이종췌도이식의 가장 큰 과제는 항-CD154 항체를 면역조절제로 바꾸는 것인데 그 부분에 있어 연구 진척이 있었다”며 “각막 부분은 현재 우리가 만든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이 세계이종이식학회 이사회의 검토를 받고 있다. 이것이 승인되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업적을 이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만든 각막분야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국제 승인 눈앞에

사업단은 최근 1년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이미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많은 연구 결과물들을 도출해왔다. 2단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이 꾸려지기에 앞서 이미 1단계 사업에서 9년 동안 성공적인 연구 성과를 이뤄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은 영장류 전임상시험에 있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박 단장은 “돼지 췌도를 이식받은 영장류 5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했고 3마리는 아직도 이식 절편이 살아있다”며 “부분층 각막도 1년 이상 생존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단의 우수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걸림돌이 되는 부분들이 있다.

박 단장은 “임상시험을 하려면 임상적용 프로토콜을 만들고 이종이식에 대한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각막 부분은 ‘세포를 제거한 각막’, ‘부분층 각막’, ‘전층 각막’ 차례로 임상을 적용할 계획인데 정부의 어떤 부처가 이를 담당할지 정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식약처에서 공여동물 자체를 관리할 것인지 아니면 공여동물에서 분리된 세포나 장기만 다룰지도 논의돼야 하고 환자의 평생추적관리를 관리하는 부처도 필요하다”며 “법안을 마련하는데 진척이 없어 그게 제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이종이식을 통해 완벽한 치유를 얻었다거나 장기 생존했다는 케이스가 보고된 바는 없다. 이로 인해 이종이식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을 불신하는 인식이 생겨 관련 법안의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단은 이종이식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실히 확보한 다음 임상시험 단계로 넘어간다는 계획이다.

박 단장은 “사업단이 보유하고 있는 돼지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없다고 공식적인 증명을 받았다”며 “적어도 돼지가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PERV, Porcine Endogenous Retro Virus), 세균, 곰팡이에 의한 감염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단 하나의 바이러스라도 검출할 수 있는 대처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식의 영구적인 효과는 당장 기대하기 어려워도 죽음을 눈앞에 둔 심부전 환자의 생명을 6개월 이상 연명시키는 등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이 연장된 동안 동종장기이식 등의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장류 전 임상시험도 큰 성과…이종이식 관련법안 마련 시급

국내 이종이식 사업단의 연구는 현재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정을 많이 받는 상황이다. 해외 관련 학계는 사업단의 영장류 전 임상시험의 결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박정규 단장은 국제적인 무대에서 국내 이종이식 연구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5월 7~9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열리는 ‘키 오피니언 리더 미팅(Key Opinion Leader Meeting)’에서는 1형 당뇨병 치료 전문가 24명 중 한 명으로 초청받아 이종이식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단이 2006년부터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해 꾸준히 이종이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박 단장은 “이종이식 연구는 황우석 박사가 핵이식 기술을 통해 형질전환 돼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2004년부터 시작했다”며 “하지만 새로운 치료법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 이종이식에 대한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들로 인해 환자들에게 잘못된 희망을 주었다. 그래서 우리 사업단은 연구 결과에 관한 외부 홍보를 극도로 자제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내부적인 실력을 제대로 갖출 수 있도록 연구에 매진해 왔다”며 “그래서 외국에 알려진 것만큼 국내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종이식이 환자들의 직접적 이익과 관계가 있는 만큼 2단계에서는 좀 더 이종이식을 알리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이 많은 당뇨 합병증 환자 삶의 질 당장 확연히 개선될 것

이종이식 법안이 통과하려면 임상시험의 윤리적 쟁점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일부 생명윤리학자와 의학자들은 임상시험 연구대상자의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환자를 선정할 때 인권 침해의 소지가 많지 않은 그룹을 선택하려 한다”며 “예를 들어 젊은 사람은 결혼도 해야 하고 아이도 가져야 하며 사회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평생추적관리를 받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반면 나이가 많고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은 이종이식을 통해 삶의 질이 확연히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지 않고 3~5명 정도만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후 모든 모니터링 시스템을 총동원해서 이종이식의 효능과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면 대중들이 믿을 수 있는 성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이종이식이 실용화되면 의학적으로는 장기부족을 해결하고 산업적으로는 글로벌 비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했다. 박 단장은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세포를 배양해 3D 프린터를 이용한 장기를 생산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공장기도 감염, 혈전, 빈혈 등의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이종이식은 이런 것들을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각막은 현재 거의 전량을 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가격도 비싸고 대기시간도 길다. 각막 이식 대기환자가 500만 명에 이르는 중국도 큰 시장이 될 것”이라며 “췌도와 각막은 산업화가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이식에 관한 연구 성과가 더욱 축적되면 본 사업단이 장기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주자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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