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장애에 또 장애가 생긴다면?

서상수의 법창&의창

미숙아로 태어난 이선진(가명, 9) 어린이는 일곱살에 정신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간질증상이 있어 병원을 다니며 계속 약물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병세가

심해지자 간질치료를 잘 한다는 A병원을 소개받아 진찰 및 각종 검사를 받게 되었다.

병원측은 ‘간질 증상을 호전시키기 위해서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했다.

선진이는 간질 수술을 받았다. 병원은 수술 후 24시간 내내 비디오-뇌파 검사로 선진이의

상태를 지켜봤다. 그런데 수술 5일째부터 또다시 간질 증상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간질의 주 증상은 뇌 여러 부위에서 발작이 일어나는 것인데 수술을 받기 전과 다른

부위에서 증상이 나타났다. 6일째에는 많은 양의 구토를 했으며 간질 증상은 더 심해졌다.

7일째에는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이르렀다.

병원이 선진이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검사를 한 결과 수술을 한 뇌 부위에

출혈이 있었고 이 때문에 뇌부종(뇌가 부은 것)이 나타난 것이었다. 선진이는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이미 뇌가 심각하게 손상된 상황이었다. △오른쪽 마비 △실어증 △시야장애

△기억력 감소 △인지기능 저하 △성격변화 등의 장애 상태가 되었다.

선진이의 부모는 의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병원은 간질수술 후 경과관찰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뇌출혈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뇌손상이 일어나게 했다는

과실이 있다”며 “A병원은 선진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선진이는

간질수술을 받기 전부터 장애가 있는 상태였으므로 추가적으로 발생한 장애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의 범위는 치료비, 위자료,  ‘일실수익(잃어버린

수익)’으로 구성된다. 일실수익이란 문제의 사고 등이 없었더라면 당사자가 경제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었을 수입을 말한다. 이는 장애율 만큼만 인정된다. 선진이와 같이

기존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추가 장애가 발생하면 확대된 장애율에 따라 일실수익이

정해지게 된다. 어찌 보면 현실적으로 장애가 조금만 있어도 경제활동을 거의 할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선진이는 A병원을 상대로 한

의료소송에서 이겨 의료사고로 인해 추가적으로 발생한 장애에 대한 배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소송이 끝난 후 선진이의 부모는 “승소해서 고맙기는 하지만 배상액을 받아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며 “의료사고가 있기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면 받은

배상받은 금액의 몇 배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우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기존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장애가 더해졌을 때 환자의 삶의 질은 상상 이상으로 나빠질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선진이 부모의 하소연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선진이 같은

환자와 더불어 살아가려면 사회적 기반의 확충과 함께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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