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어든 뾰족하게 생긴 건 무서워?

각종 공포증, 방치하지 말고 치료하는 게 우선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공중그네’에는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조폭이 나온다.

남 위협하는 게 직업인 조폭이 바늘만 봐도 벌벌 떠니 보통 곤란한 일이 아니다.

중간보스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워 하던 조폭은 결국 정신과를 찾는다.

이 조폭이 앓는 병은 ‘선단공포증’ 즉 모서리 공포증이라고도 한다. 소설에는

그저 코믹하게만 묘사되었지만 실제로 선단공포증을 앓는 사람의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고 한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선단공포증을 검색하면 이 병 때문에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는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총과 무기를 다룰 것이 두려워 군대를 면제받을 길이 없을지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맨 앞자리에서 교탁 모서리를 바라보는 것이 공포스러웠다는

사람도 있다. 선단공포증 환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증세를 겪을까.

공포증의 증세는 어느 공포증이나 대체로 비슷하다. 숨이 가빠지고 오한이나 발열,

어지러움, 두근거림, 구역질 등이 나타난다. 선단공포증이 심한 경우 본인의 손가락을

쳐다보기만 해도 이런 증세를 느낀다고 한다.

칼이나 바늘을 보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보통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선단공포증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특징이 있다. 공포 자극에 노출되면 예외 없이

즉각적인 반응이 나온다. 공포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생활에 현저한 불편이 적어도 6개월 이상 계속될 때 선단공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선단공포증 치료방법은 다른 공포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행동치료.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행동치료 방식에 대해 “상담의와

환자가 만나 생활 속에서의 행동 지침을 정하고 경험을 공유하며 잘못 생각하는 부분을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공포증의 행동치료에서는 환자가 두려워 하는 대상에 환자를 조금씩 노출시키는

기법을 쓴다. 작은 자극에 익숙해지면 조금씩 강도를 늘려 적응토록 하는 방식이다.

약물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유교수는 “주로 항우울제 계열 약이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공포증을 단순히 ‘겁이 많은 것’으로 여기는 인식이 있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학병원 정신과 교수들도 선단공포증 사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가 별로 없다. 그러나 말 못할 공포증으로 고통스럽다면 홀로 괴로워

하지 말고 병원을 찾으라고 정신과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정세진 기자 sumir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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