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말…“사랑한다 못했다” 후회

삶의 막바지 ‘고맙다’ ‘사랑한다’ 표현하세요

“여보, 나 가거든 병원에서 나처럼 아픈 사람 위해 자원봉사를 하는 게 어떻겠어요?”

말기암으로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에 입원했던 홍연희씨(가명)가 남편의 팔베개를

베고 남긴 마지막 말이다. 그렇게 홍 씨는 남편의 품에서 평온하게 숨을 거뒀다.

호스피스센터는 다른 병동에 비해 유난히 적막하다. 대부분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곳. 부산할 일도 웃고 떠들 일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가끔씩 주위가 술렁이다가

가라앉으면 또 한 사람의 영혼이 세상을 뜬 것이다. 그러나, 호스피스센터에서는

세상을 떠나는 이의 마지막 말이 가족과 친지의 가슴에 새겨지고 그가 삶에서 갖는

후회가 병상마다 남는다.

홍씨의 남편 한성국씨(가명)는 아내의 유언을 지키기로 했다. 아내가 세상을 뜬

뒤에도 병원에 나와 병동 옥상에 작은 꽃밭을 자원 관리하고 있다. 한 씨는 “혼자

남아 힘들어 할 저를 생각해 아내가 생각하고 또 생각해 남긴 말로 간직한다”고

말한다. 아내가 영원히 떠난 장소라 다시 오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아내의 영혼을

위해 더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는 것.

죽음이라는 낱말 앞에선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고 어두운 기색을 보인다. 그러나

웰빙이 홍수를 이루면서 웰다잉(Well-Dying)에 무게가 더해지고 있다. 유교적 사회에서

행복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은 오복(五福)의 하나로 인식했다. 사람들은 자기 차례가

임박해서야 살아온 날들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한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센터 최상옥 수녀는 “삶의 막바지에 이르면 누구나 바빠서

가족과 건강을 돌보지 못했다고 말한다”면서 “특히 인간관계에 대한 후회가 많다”고

말했다. 평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한다’ ‘고맙다’고 표현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한다는 것.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쓴 ‘죽을 때 후회하는 25가지’라는

책에도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고 못했다”를 으뜸으로

꼽고 있다.

최 수녀는 “한국 사람들은 특히 털어놓지 못한 말이 많거나 보고 싶은 사람을

보지 못해 쉽게 눈을 못 감는 경우가 많다”며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 죽는 게

웰다잉이 아니겠는가” 반문했다. 말기암으로 막바지에 의사소통이 안 되던 한 50대

중반의 남성은 자식도, 별거 중이던 아내도 아닌, 결혼 후 만났던 연인이 찾아오자

비로소 눈을 감았다.

“죽음은 누구나 겪는 과정이므로 너무 슬퍼하거나 냉소적일 일은 아니다”는

최상옥 수녀는 “순리대로 슬프면 울고,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 살아 있는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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