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구별하는 방식, 사람-원숭이 똑같아

시각의 ‘대처 효과’, 원숭이에게도 있음을 실험으로 증명

사람이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특징 중 하나로 ‘대처 효과’라는 게 있다. 영국

요크대학의 피터 톰슨 교수가 처음 영국 대처 총리의 얼굴 사진으로 그 효과를 증명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대처 효과를 확인하려면 우선 사진 한 장을 봐야 한다. 아래 위가 거꾸로 된 얼굴

사진이다. “약간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평소 보던 대처 얼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사진을 똑바로, 즉 눈은 위쪽으로 입은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놓고 보면 ‘악마 같은 대처 얼굴’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악마 같은 대처 얼굴은

눈과 입만을 떼어내 180도로 돌려 놓았기 때문에 생긴 효과다.

이 대처 효과는 ‘사람이 사람 얼굴을 볼 때 눈과 입 등 각 부분을 따로 떼어내

보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중심으로 본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이러한 인간의 얼굴 인식 능력은 인간에게만 고유한 것인지, 아니면 원숭이에게도

있어 인간과 원숭이의 공통 선조로부터 내려온 것인지를 확인하는 실험이 미국 에모리대학

여키스 국립영장류연구센터의 로버트 햄튼 교수 팀에 의해 실시됐다.

연구진은 4살짜리 붉은털원숭이 네 마리에게 붉은털원숭이의 각기 다른 사진 6개를

보여 줬다. 사진 중에는 ‘대처화된’, 즉 눈과 입 부분을 거꾸로 돌려 놓고 아래위를

뒤집은 사진도 있었다. 원숭이들은 사진을 보다가 곧 심드렁한 표정으로 사진에서

눈을 뗐다. 항상 봐 오던 같은 원숭이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 중 대처화된 사진을 똑바로 돌려서 보여 주자, 원숭이들은 사람이

대처화된 사진을 돌려 보여줄 때 놀라듯이 화들짝 놀랐으며, 사진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대처 효과는 사람뿐 아니라 원숭이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증거였다.

햄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이 지구상에 나타나기도 전인 3천만년 전쯤에

이러한 얼굴 인식 능력이 생겨났음을 알게 해 준다”며 “영장류는 이러한 얼굴 인식

능력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개체를 구별하며 더욱 성공적으로 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최신 생물학(Current Biology)’ 온라인 판에 25일 소개됐으며

미국 온라인 과학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미국 온라인 의학전문지 메디컬뉴스투데이

등이 같은 날 보도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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