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한계 시험하는 ‘야구의 생물학’

공 날아오는 시간 단 0.4초…타자, 0.25초 안 반응해야

야구는 인체가 반응할 수 있는 한계의 끝에서 노는 스포츠다. 전문 투수가 던지는

공을 타자석에서 한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 ‘한계의 끝’이란 의미를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속 153km의 빠른 구속으로 던질 경우 투수 마운드에서 홈베이스까지의 18.44m를

공이 날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순간이다.

 

이렇게 빨리 날아오는 공을 타자는 무조건 치는 게 아니다. 여러 구질, 속도,

방향으로 공이 오기 때문에 이를 판단해 배트를 내밀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은 공이 타자의 9m 앞까지 왔을 때까지다. 남은 시간은

0.25초. 이 순간을 지나면 몸이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손을

쓸 수가 없다. 

마지막 0.25초가 남은 순간 타자는 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고 배트를 휘둘러

정확히 볼을 맞춰야 한다. 단 몇 mm라도 빗맞으면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간다.

물론 정확히 볼을 맞춘 다음에는 운이란 요소가 작용한다. 정확히 맞은 볼이 수비

앞으로 곧장 날아가면 아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안 맞으려는 투수의 볼을 타자들이 쳐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타자들이 해낼 수 있는 것은

끝없는 연습을 통해서다.

아무리 강타자라도 연습 없이 타석에 올라가면 거의 공을 칠 수 없다. 한 타자는

“시즌을 앞두고 꾸준한 배팅 연습을 통해 감각을 익혀야 겨우 공을 칠 수 있지,

비시즌에 갑자기 타석에 오르면 세계 최고의 타자라도 투수의 볼을 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야구의 타격은 극한 조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10번 찬스에 3번 정도를

쳐내 3할대를 기록하면 톱 타자 대우를 받는다. 재미있는 것은 사자 같은 맹수들의

사냥 성공률 역시 대개 3할대라는 점이다.

자연의 ‘투수’라고나 할 사슴 같은 먹잇감 동물이 맞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도망가고,

타자 격인 맹수가 목표물을 맞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공격하니, 이래저래 야구는 ‘생물학의

한계’를 느낄 만한 스포츠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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