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사인은 당뇨 합병증

비밀서찰로 보는 정조의 마지막 석달

조선

정조(1752~1800년)가 쓴 비밀편지가 공개되면서 정조의 사인(死因)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당뇨병 합병증이 유력한 사인으로 떠올랐다.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와 윤영석 한의학 박사 등은 편지의 증세와 이전의 사료를

종합하면 당뇨병 합병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특히 허 명예교수는 30년 전만 해도 비교적 흔했던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비케톤성

혼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정조는 이번에 공개된 편지들에서 자신의 병세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그 동안 독살설에

휘말려온 그의 마지막 순간을 들여다볼 수 있게 했다.

그는 1800년 4월 17일자 편지에서 “갑자기 눈곱이 불어나고 머리가 부어오르며

목과 폐가 메마른다”고 썼다. 숨지기 2개월 12일 전이다.

숨지기 13일 전인 6월 15일에는 “뱃속의 화기가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지 않는다.

올 한 해 동안 황련을 1근 가까이 먹었다. 마치 냉수 마시듯 하였으니 어찌 대단히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 밖에도 항상 얼음물을 마시거나 차가운 온돌의 장판에

등을 붙인 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는 일이 모두 고생스럽다”고 했다.

정조의 건강 상태가 언급된 편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망하기

1년 전 즈음인 1799년 외사촌 홍취영에게 보낸 편지에도 ‘온 몸이 뜨거운 기운이

상승해 등이 뜸을 뜨는 듯 뜨거우며, 눈은 횃불 같이 벌겋고 숨도 가쁘다. 시력이

나빠져 현기증도 있고 책을 오래 읽을 수 없다’는 내용이 나온다.

춘원당한의원의 윤영석 원장은 “황련은 염증과 열을 다스리기 위해 쓰는 한약재”라며

“여러 증세를 종합하면 당뇨병, 고혈압 등 성인병의 합병증으로 심장에 무리가 와서

별세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허 명예교수는 “더 자세한 정보가 있다면 정확하게 얘기할 수 있겠지만 당뇨병 합병증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당뇨병이 더 악화된 증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조의 편지에서 언급된 몸의 뜨거운 기운, 충혈된 눈, 현기증, 목과 폐가 바짝

마르는 느낌 등이 모두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다.

사료를 통해 이전에 알려져 있는 등창도 대표적인 당뇨병 합병증이다. 잘 때 바닥에

누우면 등에 압박이 생기는데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이 부분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이

안 돼 썩기 쉽다.

허 명예교수는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비케톤성 혼수’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추측했다. 이 병은 40대 당뇨병 환자가 관리를 잘못 했을 때 당뇨병이 악화돼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이다. 정조는 48세의 초여름에 숨을 거뒀다.

이 경우 열이 나고 가슴이 뜨겁게 느껴지는데 정조가 앓았던 증상과 비슷하다.

심하면 혈당이 500, 600㎎/㎗까지도 올라간다. 당뇨병 관리를 비교적 잘 하는 지금은

환자가 거의 없지만 1960~1970년대만 해도 이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강경훈 기자 kwk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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