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이 안달다고? 설탕중독 의심할만

설탕중독자 뇌는 약물중독자 뇌와 비슷

“요즘 설탕은 왜 달지가 않아요? 전에는 무지 달았는데….” 설탕 제조업체에

가끔 걸려오는 전화 문의다.

달라진 것은 설탕의 농도가 아니라 입맛이다. 거의 모든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다

보니 단맛에 내성이 생기면서 웬만한 단맛으로는 이제 만족할 수 없는 시대가 돼가는

현상이다.

단맛에 탐닉하는 현대인 중에서도 특히 단맛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설탕중독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만 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중보건국 사이먼 쏜리 박사 팀은 단맛이 강한 음식을 먹었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강한 단맛을 먹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데, 이런 양상은 약물중독자가 마약을 복용하거나 흡연자가

담배를 피울 때 나타나는 뇌 현상과 동일했다.

즉, 약물복용이나 흡연은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되도록 하는데, 설탕도 똑 같이 세로토닌 수치를 증가시킴으로써 일시적 행복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것이다.

약물중독자들은 점점 더 강한 마약을 원하게 된다. 이는 마약을 감지하는 뇌 속의

수용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약물, 알코올, 니코틴 중독자의 뇌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며. 설탕중독자도 마찬가지다.

연구진이 뚱뚱한 사람들의 뇌 사진을 촬영했더니 이들은 주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단맛에 의존했지만, 단맛에 반응하는 뇌 속 수용체의 활동 정도가 낮아져 있었다.

기분 전환을 위해 단맛을 찾는 현상은 미국 일리노이대학 예방의학과 보니 스프링

박사의 실험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연구진은 과체중 여성들을 우울한 기분에 빠뜨린 뒤 두 음료수 중 하나를 고르라고

시켰다. 한 음료수에는 순수한 설탕이 들어 있었고, 다른 음료수에는 설탕에 단백질이

추가됐다. 피실험자들은 대부분 ‘설탕만 든’ 음료수를 택했다.

이유는 단백질이 든 음료수는 단백질 때문에 설탕의 체내 흡수가 다소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우울한 기분에 빠진 여성들은 비록 맛과 모양이 똑 같더라도 더 빨리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설탕만 든’ 음료를 택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의

실험은 약물 중독 판정 때 쓰인다.

설탕중독 현상은 미국 프린스톤 대학 연구진의 쥐 실험에서도 확인한 바 있다.

설탕이 10% 들어간 물을 실험용 쥐에게 줬다 끊으니 쥐들은 금단 증상을 보였다.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설탕 물을 주자 쥐들은 법석을 떨며 게걸스럽게 설탕 물을

먹어댔다. 시판되는 탄산 음료수에는 10%가 훨씬 넘는 설탕이 들어 있다.

쏜리 박사는 이런 실험 결과를 인용하며 “설탕중독증은 그간 별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강한 단맛에 자극 받는 뇌 부위가 마약중독, 흡연으로 자극 받는 부위와

같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설탕중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설탕중독이 확산되면 앞으로 금연을 위해 니코틴 패치가 사용되듯 설탕중독

치료를 위해 ‘당분 전달 패치’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담배 곽처럼

강한 단맛의 음식 포장에도 경고 문구가 삽입되고, 강한 단맛 음식의 TV 광고가 제한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니코틴 패치는 니코틴을 천천히 몸에 전달함으로써 흡연자가 담배를 피워 한꺼번에

‘니코틴 폭탄’을 전달하지 않아도 견딜 수 있게 해 준다. 마찬가지 원리로 ‘당분

패치’는 설탕의 효과를 천천히 몸에 전달함으로써 ‘폭탄 같은 설탕 맛’에 의존하지

않도록 해 줄 수 있다.

쏜리 박사의 연구 결과는 학술지 ‘의학적 전제(Medical Hypotheses)’ 최신호에

발표됐으며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 미국 방송 폭스뉴스 등이 6일 보도했다.

    정은지 기자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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