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 저시기 머시기 2

삼국유사의 거타지는 원래 '거시기'?

미당 서정주 선생은 혹시 알았을랑가요? ‘거시기’가 먼지 야물딱지고 똑부러지게

말로 혀놓고 가셨을랑가요? 그 양반이야, 생전에 원체 표현을 곰살 맞고 아금박시럽게

잘 히여 부렸응게 말입니다. 거그다가 고향도 전라도 고창 땅 아니랑가요? 잘은 몰라도

어렸을 적부터 겁나게 ‘거시기’란 말을 입에 달고 살었을 것입니다. 아하, 저그

머시냐~, 마침 여그 ‘저 거시기’란 시가 있구만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서로 주고 또 받는 말씀 가운데

무언지 말문이 막히고 말면

항용으로 누구나 허물없이 쓰는 말

저, 거시기…저, 거시기…

그것이 있지?

누구나 맛 부쳐서 오래 두고 써 온 말

저, 거시기…저, 거시기…

그것이 있지?

[서정주 ‘저 거시기’ 부분]

얼라? 아니 이것이 먼 한가헌 말씸이라요? 아, 말문 맥힐 때나, 잘 생각이 안날

때 쓰는 거야, 우리도 다 아는 거시고, 또 허물없이 어조사 같이, 기양 매급시 군말로

쓰는 것도 다 아는 거신디, 다 아는 뻔헌 거슬 멋 헐라고 또 무담시 거시기 허셨을

까라 이잉? 입 열먼 누가 말 안 혀도 그 정도 거시기는 맨날 나오는 거시기인디….

그럼, 어디 한번 들어 보실랑가요?

“아, 거시기 있잖혀 이잉? 저그 거시기에 나오는 주인공 말이여?”

“아니 자다가 먼 봉창 뚜디리는 소리여? 갑자기 먼 거시기여?”

“아이고, 거 착허게 생긴 국민 머시다냐 말이여. 쬐께 코뱅맹이 소리 허는 거시기

말이여.”

“아하, 그 거시기…안성기이~”

“근디 마리여, 거시기의 뿌랑구는 대체 머시랑가? 자네 고것을 쬐께 알고 있는가

몰라?”

“그거야 ‘것’이제 이잉. 그 작 것, 오살 것, 육실헐 것… 헐 때 말허는 ‘것’이여”

“그럼 그 물건 말이여, 그 거시기도 거시기랑가?‘’

“아니 두말허먼 잔소리지 이잉. 이 시상에 거시기 아닌 것 있당가? 사람덜이

”쉬~“ 허는 그 작것도 다 거시기라고 헐 수 있제. 어떤 사람덜은 그 거시기를 그대로

표현허기가 쬐께 저시기 헌게 기양 거시기라고 말혀 버리제 이잉. 한 마디로 확실헌

뜻도 없음서 모든 말을 아우르는 말이 ‘거시기’이고 ‘저시기’여~. 부끄러워서

표현하기가 머혀도 거시기, 머리 속이 까막까막혀서 잘 생각이 안 나도 저시기, 잘

아는 것도 심심허먼 거시기~”

“아니 그것을 그대로 불러먼 머가 어떻다고 그것을 거시기라고 헌당가? 좋은

이름 놔두고 꼭 거시기라고 히야 쓰까 이잉?”

“허기사 인간덜만 부끄럼 타지, 다른 동물들이야 그 거시기를 뻔뻔시럽게 다

내놓고 댕김서도 아무렇지도 안응게. 다른 것들이 보거나 말거나 벌건 대낮에도 수컷

암컷이 그 거시기를 맞대서 이층을 만들어 버리는 판인게. 식물들은 한술 더 떠버린게

더욱 헐말 없고…. 온갖 이쁜 꽃들이 알고보먼 다 그 거시기 아닌가? 아니 어치케

인간이라먼 그 거시기를 자랑시럽게 드러내놓고 ‘나 이쁘지?’ 헌당가? 한마디로

벌과 나비들헌티 자기 거시기를 울긋불긋 색칠혀서 내놓는 식물들이야 말로 ‘천하의

호로 자석’ 아니먼 ‘선악미추를 초월한 보살님’이네 그려”

“듣고 보니 아닌게 아니라, 저시기가 거시기혀 부린게 영 거시기혀 불고만 이잉.”

하여튼 미당 선상님이 굳이 말씸 안허셔도, 국어사전 떠들러 보먼 다 나오는 거시기인디….

야그 허다가 쬐께 뜸 들일라고 헐 때도 “저, 거시기~” 험서 헛기침 몇 번 허는

거시고, 야그 허다가 짐짓 나 말에 빠져 있는 상대방 애간장 녹일라고 ‘저, 거시기

있잖혀?“ 허고 길게 빼면서 능너리를 슬쩍 한번 쳐보는 거시고….

차라리 ‘시란 거시기다’ 허먼 역시 미당 선상님이다 헐거신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거시기는 봄부터 그렇게 거시기 혔나부다’ 혀도 다 알아들을 거신디.

  

①말하는 도중에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을 때 그 이름 대신으로

쓰는 말. 대명사. ②말하는 도중에 갑자기 말이 막힐 때 내는 군말.

물론 미당 선상님 시는 여그서 끝나지 않고 그 뒤로도 한참 질게 나오지만, 거시기에

대한 뜻은 이것이 전부라고 헐 수 있구만이라. 그 다음 야그는 일연 시님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거타지(居陀知) 설화’를 약간 각색헌 것이라고 헐 수 있응게요.

거시기는 신라의 진성여왕 때/ 사실로 살아서 숨쉬고 있던/ 정말로 따분한 총각이었네./

팔자가 제일 흉한 총각이었네./ 수투룸하지만 활도 잘 쏘고/ 성명 삼자도 쓸 줄도

알았는데/ 똥구녁이 다 말라서 찢어질 만큼/ 너무나 너무나도 가난했었네./ 그래서

대국의 당나라에로/ 챙피하게 조공을 바치러 가는 배에/ 호위병을 지망해 한몫 끼어

갔는데,/ 그래서라도 목구먹에 풀칠하며 갔는데,//

팔자 사나운 놈은 독에 들어가도 못 피한다고/ 때마침 바다에는 태풍이 몰아쳐서/

그 배는 밀려가다 외딴 섬에 닿았지./ 용왕님이 노하셔서 이래 싸시니/ 한 놈은 희생으로

여기 두고 가야 해!/ 선장의 명령으로 그 한 놈을 제비 뽑는데/ 재수도 지지리는

못 타고 난 놈/ 우리 거시기가 거기 또 뽑혔지.//

운수 좋은 사람들이 배 타고 떠난 뒤에/ 거시기만 혼자서 먼정다리같이 섰는데/

머리가 하아얀 할애비가 와 말씀키를/ 너를 집어 먹자는 건 용왕이 아니라/ 늙은

여우가 둔갑해 된 마왕이니라./ 이 몸은 사실은 동해용왕이지만/ 동해에서 호국룡

된 문무대왕님께는/ 나도 한 부하의 신분에 있는 터라,/ 딴 배포를 가지는 좌파는

아니다./ 그런데 근일에 그 마왕놈이/ 우리 식구는 모조리 다 잡아먹고/ 시방은 나하고

막내딸 하나만 남았다./ 하루에 하나씩을 잡아먹으니/ 내일 모레까지면 우리는 없고,/

그 다음날은 할 수 없이 네 차례가 될 것이다./ 어떻냐? 너는 아조 활을 잘 쏜다면서?/

이판사판 한바탕 겨뤄 보지 않겠니?/ 앞뒤를 다 터놓고 말씀하는 거였네./ 험상스런

팔자에는 매양 붙어 다니는/ 구사일생 신세에나 또 한 차례 놓였지.//

그래선데, 거시기가 곰곰 생각해 보니/ 제 아무리 죽을 판에도 의리는 있어야는

거라/ 할애비의 부녀를 그대로는 둘 수 없어/ 이튿날은 새벽부터 활을 메고 나섰는데,/

어디선지 웅얼웅얼 주문 외는 소리가 나더니/ 흑심에 철갑을 두른 마왕은 드디어

나타났네./ 화살이 가 꽂힐 구먹은 하나도 안 보였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지?/ 젖먹이 때 기른 힘은 어디다 아껴 두고,/

배내기 때 먹은 힘은 어디에다 놓아두나?/ 거시기도 그래도 그것은 알고/ 어디 한번

살고보자! 살고 보자! 고/ 그 여우의 염통을 향해 활을 당겼네.//

그러신데 이 세상엔 땡도 있긴 있는 것이야./ 굼벵이도 어쩌다간 딩구는 재주가

있다고/ 거시기가 쏜 화살이 애앵 날아가더니/ 꼭 거짓말같이만 고 여우의 염통을

가 맞췄네./ 이거야 정말 천지가 또 한번 개벽해 볼 일이지.//

그래설라문 잔 사설은 다 빼고/ 왜 그 남해용왕 할애비의 막내딸 아이 있지 않아?/

나이는 금시 이팔청춘이고/ 이뿌기는 산복숭아 꽃봉오리 새로 머문 것 같은데/ 제절로

요걸 얻어설랑 가슴패기에 끼리고,/ 파도 개여 잔잔한 날을 골라 배를 띄워서/고향으로

흔들흔들 돌아갔나니,/ 돌아가선 좁쌀이니 호박이니 수수목도 가꾸고/ 새끼들도 조랑조랑

까서 데불고/ 센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오랜 살면서/ 거시기 팔자 상팔자로 고쳐 갔나니.

 [서정주 ‘저, 거시기‘ 부분]

간단히 야그혀서 미당은 거타지의 ‘타(陀)’자가 잘못됐다는 것이지라. 그것은

원래 ‘시(施)’ 자 였다는 거시지요. 즉 ‘거시기’의 우리말 한자표음표기인 ‘거시지(居施知)’라는

겁니다.

미당은 ‘거시기’란 이름이 신라시대에는 흔히 쓰였다고 말헙니다. 어느 정도였냐

허먼 조선시대 상놈덜 이름에 흔히 썼던 ‘바위’니 ‘큰 놈’이니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는

것입니다. 삼국사기 문무왕 편에 보먼 어느 현령 이름이 ‘거시지(居施知)’였을

정도라니까요. 근디 미당 선상님은 신라시대에 살아봤당가요? 어찌 그리 직접 본디끼

말헌대요? 혹시 미당 선상님 자신 이름이 신라시대에 ‘서 거시기’ 아니었을랑가요?

계백장군과 김유신의 거시기

히히히, 그건 그렇다 쳐도 미당 말대로라면 영화 ‘황산벌’은 또 뭔가요? 신라

사람덜이 ‘거시기’를 더 잘 알고 있었다는 야근디, 김유신 장군은 멋헐라고 ‘거시기’의

뜻을 알라고 그 난리를 쳤당가요?

허기사, 김유신 장군은 처음부텀 황산벌 전투에서 빨리 이기려는 뜻이 밸로 없었응게요.

그냥 뭉그적거리고 앉아서 시간만 벌고 있었다먼 좀 심허게 야그헌 건가요? 당나라군

13만과 백제 주력군 10만(+왜군 수만명)이 맞붙은 기벌포 싸움이 어치케 되는가?

누가 이기는가? 사실 그것이 문제였지라. 당나라가 이기먼 신라군도 얼릉 황산벌에서

백제군을 깨고 사비성으로 나가먼 되고, 백제군이 이기먼 적당히 핑계를 대서 경주로

컴백홈!! 허먼 된게요.

아니 명색이 5만 군대가 5000 군대에 막혀서 그 중요헌 기벌포 전투에 참가를

못허다니요? 무신 ‘거시기’라는 암호를 못 풀어서 계백장군헌티 막혔다니요? 푸하하하!

황산벌은 바위로 된 천연요새도 아니고 그냥 사방이 툭 터진 들판일 뿐인디… 그런디서

어치케 5000명이 5만명을 이긴대요? 맘만 먹으먼 어린애 손목 비틀기 지라. 김유신은

될 수 있으먼 피를 쬐께만 흘리먼서, 손 안대고 코 풀라고 일부러 게으름을 핀 것이고,

결국은 그렇게 되야버렸지라.

아이고, 야그가 쪼께 옆으로 새 번졌구만이라. 긍게 다시 거시기 야그인디, 영화

황산벌에서 의자왕은 계백장군헌티 “아무려도 니가 거시기 혀야겄다”고 말헙니다.

계백은 거시기가 먼 뜻인지 한순간에 척 알아듣습니다. 결사항전. 한마디로 죽으라는

것이지요.

계백도 부하덜한티 말헙니다. “우리의 전략적인 거시기는 머시기헐 때까지 갑옷을

거시기 헌다” 부하들도 단번에 알아듣습니다. 죽을 때까지 갑옷을 벗지 말라는 뜻을.

긍게 결국 ‘거시기’는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알지만, 그것을 굳이 말로

딱 부러지게 표현헐 필요가 없는 것이구먼요 이잉. 의자왕이 계백장군 헌티 “너가

목심을 바쳐서 싸워야 겄다! 죽을 때 까정 싸워라!!”라고 노골적으로다가 표현허기가

좀 거시기 헌 거시지라. 쬐께 미안허기도 허고, 짠허고 껄쩍지근 허고….

계백장군도 마찬가지지라. 부하덜헌티 ‘머시기헐 때까지 갑옷을 거시기 허라’고

혀야지 ‘죽을 때까지 갑옷을 벗을 수 없다’고 헐 수 없응게요. 어차피 부하들도

죽을 줄 잘 알고 있는디, 굳이 그 말을 다시 입에 꺼내, 그 시린 가심에다가 또 소금을

쳐댈 필요는 없응게요.

언론인 이광훈씨는 거시기의 ‘쿠션 기능’에 감탄헙니다. 대충 애매헌 것은 거시기라고

허먼 두루 통한다는 것이지라. 물론 자기들끼리는 속속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어야겄지요.

탤런트 김성환씨가 말헌 ‘군산의 거시기 삼형제와 그 아부지’처럼, 오래 한솥밥

먹은 사람들끼리는 일일이 모든 것을 콕 찝어서 말헐 필요가 없지요. 이 때는 거의

‘거시기 머시기 저시기’로 다 통헙니다.

긍게 1960년대 이전까지만 혀도, 시골에서는 누구네 집에 숟가락 몇 개가 있는

거까정 다 알었습니다. 그 동네 사람덜끼리는 아무리 거시기 머시기라고 혀도 다

알아들었을 밖에요. 다 알고 있는디, 굳이 그것을 머땜시 재미없게, 헌 말 또 허고,

또 허고 그런다요?

아 참, 저그~ 머시냐~ 어떤 사람덜은 ‘무시기’라는 말도 쓸 때가 있습니다.

아니, 거시기도 헷갈리는 디 무시기는 또 먼 구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랑가요? 무시기는

‘무엇’이 변해서 된 말이고, 머시기는 무시기의 사촌이라고 보먼 되겄습니다. 머시기의

‘머’는 무엇의 준말인 ‘머’를 어원으로 갖고 있응게요. 긍게 ‘무시기, 머시기’는

‘거시기’ 허고는 쬐께 거시기 허다고 헐 수 있지요. 하지만 ‘저시기’는 거시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시기가 구개음화 되어 저시기가 되어 부렸응게요.

“어이, 무시기부터 히야 쓴당가? 나 생각으로는 거시기부터 히야 쓰겄고만 이잉.

우리 무시기 갖고, 슬슬 저시기 좀 히어보까 이잉?”

그건 그렇고 또 야그가 샛길로 빠져버렸는디. 일단 이광훈씨 야그 잠 들어봅시다.

   

“거시기나 머시기는 참으로 편리한 낱말이다. 화투판에서 껍데기로도 쓰고 열끗짜리로도

쓰는 국화패처럼 적당한 단어가 얼른 생각나지 않을 때도 쓰고, 면전에서 직설적으로

표현하기 곤란할 내용을 전달할 때도 쓸 수 있는 양수겸장의 단어이기 때문이다.

…거시기나 머시기는 오랫동안 바깥세계와 담을 쌓고 사는 동질성이 높은 사회에서는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낱말이다. 아버지가 밥상머리에서 ‘뉘집 둘째아들 거시기는

곧 머시기 한다더니…’라고 말하면 식구들은 그 거시기, 머시기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금방 알아듣게 마련이다.”

솔직히 말혀서 니가 알고 나가 안다면, 거시기 한 단어로 표현 못 헐 말이 없습니다.

거의 무한대라고 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후사정을 잘 모르는 남덜이 들을 땐,

‘지덜끼리 비밀을 지키기 위해 소근대는 암호’로 생각될 소지도 없지 않아 쬐께

있다고 하겄습니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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