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바’ 두루미, 메니에르병 탓에 청력 잃는다고?

청신경 종양 때문…“청력 살리려 병 바꿨을 수도”

최근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여주인공 두루미는

곧 청력을 잃게 된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메니에르 병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나

두루미의 병은 메니에르 병이 아니라 청신경 종양이다. 두 병은 전개 양상도 전혀

다르다.

그가 드라마 상에서 오케스트라 연주 직전에 갑자기 청력을 잃는 장면이 나온

뒤 네티즌들은 두루미가 앓는 병은 메니에르 병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두루미가 빙빙

회전력을 느끼며 쓰러지고 돌발적으로 청력을 잃는 모습이 메니에르 병의 증상과

유사했기 때문. 게다가 인터넷에 돌고 있는 이 드라마의 예고 대본에서 두루미가

메니에르 병에 걸린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10월 1일 방송된 7회 방송분을 보면 두루미의 병은 청신경 종양이라는

것이 명확하다.

“청신경 종양이야. 그 동안 두통이 심했다며. 그게 다 두통 때문에 그렇거든.

좀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수술을 하면 종양은 제거할 수 있어도 귀는 멀 거야.

못 살려. 지금 그 상태로 놔두면 끽 해야 4개월일 걸. 일단 귀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자고 했는데, 어려워”(강마에의 친구인 의사)

메니에르 병과 청신경 종양은 갑작스럽게 청력이 감소되는 등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메니에르 병은 속귀의 달팽이관 등에 ‘림프액’이 필요한 양보다 많이

만들어지거나 흡수장애가 일어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서 생기는 반면 청신경

종양은 뇌의 종양이 청신경을 압박하면서 생기기 때문에 서로 다른 병이다.

메니에르 병에 걸리면 어지러운 증세가 되풀이되고 난청, 귀울림이

동반된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윤태현 교수는 “과거에는 이런 증상이 모두

뇌 중추신경계 장애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1861년 프랑스의 메니에르(Meniere) 박사가

속귀에 있는 막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밝혀 ‘메니에르 병’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메니에르 병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40~60세 중년층에서 주로

발병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로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이 잘 걸린다”면서

“환자에게 소금이 적게 들어간 음식을 먹게 하고 담배나 술을 멀리하며 스트레스나

피로감을 줄이라고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심주섭 교수는 “메니에르 병에 걸린 환자가 드라마에서처럼

갑자기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으며 청력 손실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일어난다”면서 “메니에르 병에 걸려도 대부분 보통 크게 소리를 지를 때의

60 데시벨 이상 소리는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청신경 종양의 경우 환자 중 10% 정도는 종양이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압박할 때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난다. 두루미의

증상은 메니에르 병보다 청신경 종양에 더 적합한 것.

심 교수는 또 “메니에르 병은 보통 속귀에 있는 수분을 방출하기 위해 이뇨제를

쓰는 등 대부분 약물로 치료하며 청각기능의 악화를 늦추는 방향으로 치료하지만

어지러움을 너무 많이 느끼는 환자는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통해 청력과 어지러움을

느끼는 귀의 기관을 제거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기관을 통째로 없애기 때문에

수술을 하고 나면 청력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청신경 종양은 증세가 별로 없고 종양이 작으면 정기적으로 관찰만 하며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뒤 청력 회복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의학자들은 드라마 제작진이 두루미의 청력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

위해 두루미의 병을 메니에르 병에서 청신경 종양으로 바꿨을 지도 모른다고 추측한다.

    권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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