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오르며 마음의 병 고쳐요”

루산우회 최종섭 회장

“백혈병으로 세상을 원망하며 고개도

들지 않던 환우가 환하게 웃으며 산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백혈병 환자들의 등산동호회 ‘루산우회’의

최종섭(53세) 회장은 2년 이상 산을 오르며 백혈병과 싸우는 동료 환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동호회 이름의 ‘루’는 백혈병을

뜻하는 의학용어인 ‘루키미어(Leukemia)’에서 따왔다. 최 회장도 2000년에 의사에게

“한 달밖에 살지 못 한다”는 ‘사형선고’를 받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다.

그는 7년 전만해도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눈과 코에서 피를 계속 흘렸고, 입으로도 하루 몇 번씩 핏덩어리를 뱉어내야 했다.

하지만 “두고 봐라.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웃으면서 뛰어다니는 걸 보여 주겠다”고

말하며 몸을 곧추세웠다.

최 회장은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토하면 또 먹고, 토하면 또 먹으며 하루 아홉 끼를 먹었다. 잘 넘어가지 않으면 밥과

반찬을 갈아서 먹기까지 했다. 계단하나 오르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려도 주위도움은

전혀 받지 않으며 독한 마음으로 병원에 다녔다.

그는 혈소판 ‘혈액투석’도 받았지만

진전이 없었다. 병이 호전되기 시작한 것은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김동욱 교수를 만나 글리벡으로 치료하면서부터

였다. 수개월 만에 혈액 속의 암 수치가 급격히 떨어졌고, 일상생활도

가능하게 된 것.

최 회장은 2005년 김 교수가 병원의

사정으로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자 다른 환자 600여명과 함께 김 교수를

따라갔다. 그와 환자들은 늘 자신들 편에 서는 김 교수와 떨어질 수 없었다.

김 교수와 환자들은 늘 가까이서

대화하다가 자연스럽게 산악회를 만들자고 뜻을 모았다.

최 회장은 의정부까지 찾아오는

환자들을 위해 아파트까지 전세 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다른 환자들은 TV와

이불 등 살림을 채워 넣어 그들만의 보금자리를 꾸몄다.

김동욱 교수는 “환자들이 나를

믿고 의정부까지 따라와 줘서 큰 힘이 됐다”고 돌이켰다.

산악회는 지금까지 환자 가족, 의료진들과

함께 매달 한번 속리산, 관악산 등을 올랐다. 2005년에는 13박14일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올해는 16박17일 동안 파키스탄의 날타르로 트레킹도 다녀왔다.

최 회장은 요즘 환우들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일주일에 2~3일씩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출근을 한다. 요즘은 ‘민간 백혈병

전문의’ ‘털보 교수’라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다. 그는 휴대전화로 ‘한약을 먹는

게 좋은지 나쁜지’, ‘평소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초보 환자’들의

상담에 응한다.  

김동욱 교수는 “그것도 엄연한

의료행위인데 의사자격증도 없으니 누가 고소하면 어쩔 거냐”고 ‘엄포’를 놓는다.

그럴 때마다 최 회장은 “잡혀가도 나는 전혀 상관없다”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최 회장은 백혈병이 생기기 전까지

자동차, 오토바이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사장이었다. 지금은 친구들에게 그

일을 넘겨준 후 매달 매출액의 일부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최 회장은 갑자기 “아내와 딸에게

미안하다”고 목소리가 잠겼다.

“아내에게는 아픈 것도 큰 짐인데

환우들을 돕는데 정신을 쏟느라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하지 못했고, 딸이 시집갈

때에는 결혼자금도 마련해 주지 못했으니….”

그는 “오랫동안 병과 싸우다보면

마음까지 이기적이고 독선적으로 변하는 듯 하다”며 “가족에게는 미안하지만 병과

싸우는 환우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조금 더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최종섭 회장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참가해 정상에 올랐다.

 

안세아 기자 gaman12@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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