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어린이치과 상술 도 넘었다

멀쩡한 이 치료-곧 빠질 이에 값비싼 성인 치료도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김민영 씨(33.여)는 최근 동네 G치과에서 네 살배기 딸 영서의

치아검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치과의사는 “치아 20개 중 어금니, 송곳니, 앞니

등 10개가 썩었다”며 총 치료비 98만원의 견적서를 제시했다.

김 씨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다음에 오겠다며 치과를 급히 빠져나온 뒤 이전에

갔던 다른 치과에서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판이했다. 치과의사는 어금니 하나에

충치 가능성이 있을 뿐이라며 간단한 처치를 해줬다.

김 씨는 “영서 치아가 20갠데 절반인 10개나 썩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며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분개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배은주 씨(34.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배 씨는 평소처럼 딸 가영이(6)의 이를 닦아 주다가 잇몸이 검게 변한 것을 발견하고

동네 V치과를 찾았다. 치과의사는 잇몸엔 큰 문제가 없지만 어금니 4개가 썩었고

특히 2개는 빨리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 씨는 가영이가 3개월에 한 번씩 치과검진을 받고 열흘 전 치아가 온전하다는

진단을 받은 터여서 검진 결과를 의심하고 다른 치과로 갔다. 그곳의 치과의사는

“치아에 아무 문제가 없으니 간니로 갈 때까지 칫솔질만 잘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부 치과의 상술이 도를 넘고 있다. 모정(母情)을 볼모로 멀쩡한 치아를 치료하는가

하면 곧 빠져버릴 아이들의 젖니에 성인에게 이뤄지는 수 십 만원의 고가 치료를

버젓이 하는 등 비윤리적인 상술치료가 판을 치고 있다.

치과 치료의 종류와 방법을 결정하는 일은 수학공식처럼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치과의사의 소견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부 의사의 상술은 동료 치과의사조차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영서와 가영이 엄마처럼 과잉진료 또는 오진을 의심하지 않고 치과의사의 말에

따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치료를 받고 나면 이미 과잉진료 여부는 판단하기

힘들어 진다. 모정이 치과 과잉진료를 감춰 주는 피난처가 된 격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가 많을 공산이 크다.


요즘

치과의사들 사이에선 임플란트 치과 다음으로 소아치과가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통한다.

소아치과에서는 보험이 되지 않는 치료가 많다. 또 부모가 아이를 위하는 마음에

치과의사가 권하는 치료가 아무리 고가일지라도 대부분 승낙한다.  

일부 치과에선 곧 빠져버릴 아이의 젖니를 치료하는데 성인에게 이뤄지는 최고급

치료를 하기도 한다.

강남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치과원장은 “아이들의 젖니에 문제가 생겨

치아를 씌워야 하는 경우 간니로 갈 때까지의 시기가 많이 남았어도 치아 색과 비슷한

레진이나 스테인리스로 만든 치아 모형을 덮어씌우는 게 일반적인 치료방법”이라며

“그런데 치아 안쪽 뿌리에 기둥을 세우고 도자기를 이용해 만든 치아를 씌우는 고가의

성인치료(일명 포셀린)가 심심찮게 행해지고 있어 놀랐다”고 밝혔다.

이 원장에 따르면 미국에선 어떤 치과의사도 아이들의 젖니를 치료할 때 포셀린

같은 성인치료는 하지 않는다. 포셀린은 치아 한 개 당 치료비가 40만원~60만원으로

금으로 씌우는 치료보다 2배는 비싸다. 같은 치료를 레진이나 스테인리스로 하면

몇 만원이면 된다.


대한치과의사협회

전민용 치무이사는 “치료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기 힘든 ‘의심스러운

치아’에 대해 치과의사마다 진료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영서와

가영이의 사례를 봤을 때 멀쩡한 생니를 치료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범죄행위나

다름없고 더 이상 치과의사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소아치과학회 김영진 회장은 “치과 진단은 치과의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멀쩡한 생니를 몇 개씩이나 갈아 내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이 같은

과잉진료가 사실이라면 윤리적으로 상당히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치과 과잉진료가 의심되면 다른 치과에서 다시 한 번 검진 받을 것을 권한다.

코리아치과 심영석 원장은 “충치의 경우 썩고 안 썩고를 판단하기 애매한 것이

있는데 치과의사들이 치아를 긁어보고 눈으로만 확인한 후 충치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과잉진료 문제를 줄이기 위해선 x-ray를 이용해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 원장은 이어 “부모들은 아이의 치과 검진 결과가 의심스러우면 다른 치과를

한 번 더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관리팀 성남희 팀장도 “의료 소비자가 적정한 진료를 받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얻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면서 “의심이 간다면 다른 치과를

찾는 용기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기자 newuna@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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