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 기형아를 낳았던 ‘부작용 없는 약’

글감을 찾으려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를 찾곤 합니다. 위키피디아 한글판에서 ‘8월1일’을 검색했더니 ‘1957년 서독에서 탈리도마이드 약을 판매하기 시작’이라는 글귀가 눈길을 끌더군요. 

탈리도마이드! 몇몇 사실이 미심쩍어서 영어판을 보니 한글판은 시판일자부터 잘못됐더군요. 어쨌든 그 해 8월1일이 아니라 10월1일부터 시판된 이 약은 지구촌을 뒤흔든 약입니다.

이 약은 서독의 제약사 그뤼넨탈 사가 신경 안정제와 수면제로 판매했습니다. 속을 달래는 효과가 있다며 위염과 임산부 입덧을 달래는 약으로도 팔렸죠. 그뤼넨탈 사는 동물실험 중 어떤 부작용도 없었음을 강조했고 처방전이 필요 없는 약으로 약국에 깔렸죠. 서독 전역에서 3년 동안 3억 개가 팔리는 등 지구촌에서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늘 ‘뭔가 이상한 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호주의 산부인과 의사 윌리엄 백브라이드와 독일의 소아과 의사 비두킨트 렌츠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임신 초기에 이 약을 먹은 임산부는 팔다리가 없거나 손발이 어깨와 엉덩이에 붙은 ‘바다표범팔다리병’ 기형아를 출산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죠.

제약사는 두 의사의 문제 제기에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언론이 이에 가세하자 결국 손을 들었지요. 결국 48개 나라에서 1만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난 것으로 밝혀져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미국에서는 희생자가 거의 생기지 않았는데, 식품의약국(FDA)에서 이 약의 심사를 맡은 프랜시스 켈시가 승인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켈시는 탈리도마이드의 동물실험에서 수면 유도 효과가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지요.

탈리도마이드는 태아의 팔다리가 형성될 때 혈액 공급을 방해한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이 약의 부작용을 밝혀낸 의사와 이 약의 승인을 거절한 FDA 직원은 수많은 상을 받았고요.
탈리도마이드의 사례는 최신 치료법, 최신 약이 능사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러나 오늘도 대한민국 신문의 광고와 TV 프로그램에서는 약이나 치료법의 부작용에는 눈 감고 효과를 강조한 주장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최초, 최신, 획기적인 것에 열광하고 이를 짚으려는 사람은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과학은 인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짚고 또 짚어야 합니다. 탈리도마이드와 바다표범팔다리병의 교훈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기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획기적’을 내세우는 장사꾼 의료 피해 줄이는 법

 ●언론에서 광고가 아닐까 의심되는 보도는 99% 광고라고 보면 된다. 광고비를 뽑으려고 무리한 치료를 권하기 십상이기 때문에 눈길도 주지 않아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비용이 턱없이 비싼 치료는 받지 않는 것이 좋다.
●현대의학으로 단시일 내에 고칠 수 없는 병의 획기적 치료를 주장하면 의료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광고를 많이 하는 의사, 운동선수나 유명 인사를 치료했다고 내세우는 의사는 일단 의심하라. 이들 의사는 신문의 특집 섹션, 특정 케이블 TV의 대담 프로그램에 자주 나온다.
●임상시험 결과가 아니라 유명인의 치유사례를 내세우며 홍보하는 곳은 열이면 아홉, 의료인이라기보다는 장사꾼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 의학의 정설을 전면 부정하고 자신만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돌팔이의 단골메뉴는 ‘신비주의’와 ‘현대과학의 음모론’이다.
●외국 명문대 병원의 연수 실적을 내세우는 의사도 의심하라. 이들 병원의 초빙교수, 교환교수였다는 이력은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 사기꾼은 자신의 치료법은 기적이라고 말하고 근거를 물으면 특허, 비밀 등을 내세운다.
●의료계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탄압하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노벨상을 들먹이기도 한다.

<제 876호 건강편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 참조>

오늘의 음악

바다표범팔다리병에 걸렸지만 부모의 따뜻한 사랑으로 극복한 성악가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노래 두 곡 준비했습니다. 다니엘 보렌바임의 피아노 연주로 슈베르트의 겨울여행 중 ‘Gute Nacht’와 ‘거리의 악사’ 듣겠습니다. 마지막 노래는 1999년 오늘 세상을 떠난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로 모차르트 소나타 C장조 K545 1악장 준비했습니다.

♫ Gute Nacht [토마스 크바스토프] [듣기]
♫ 거리의 악사 [토마스 크바스토프] [듣기]
♫ 모차르트 소나타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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