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억압하기에 가련한 존재?

[이성주의 건강편지]아버지의 두 모습

아버지는 억압하기에 가련한 존재?

그해 가을 나는 아무에게도 便紙(편지) 보내지 않았지만
늙어 軍人(군인) 간 친구의 便紙 몇 통을 받았다 세상 나무들은
어김없이 동시에 물들었고 풀빛을 지우며 집들은 언덕을
뻗어나가 하늘에 이르렀다 그해 가을 濟州産(제주산) 5년생 말은
제 주인에게 대드는 자가용 운전사를 물어뜯었고 어느
유명 작가는 南美紀行文(남미기행문)을 연재했다
아버지, 아버지가 여기 계실 줄 몰랐어요
… (중략) …
그해 가을 나는 살아 온 날들과 살아 갈 날들을 다 살아
버렸지만 壁(벽)에 맺힌 물방울 같은 또 한 女子(여자)를 만났다
그 여자가 흩어지기 전까지 세상 모든 눈들이 감기지
않을 것을 나는 알았고 그래서 그레고르 잠자의 家族(가족)들이
埋葬(매장)을 끝내고 소풍 갈 준비를 하는 것을 이해했다
아버지, 아버지…… 씹새끼, 너는 입이 열이라도 말 못해
그해 가을. 假面(가면) 뒤의 얼굴은 假面이었다

<이성복의 ‘그해 가을’ 중에서>




‘그 여자’와 ‘나’와 ‘아버지’와 세상이 얽혀있는 이 시에 등장하는 그레고르 잠자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의 주인공이지요?.보험회사 직원으로 가족을 먹여 살리던 그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한 마리 벌레로 변해있었습니다. 점점 아버지와 식구들의 외면을 받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지요. 가족은 잠자를 묻고 소풍을 갑니다.

1924년 오늘은 체코의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결핵으로 요양하다, 마치 잠자처럼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카프카는 자수성가한 아버지로부터 늘 무능하다는 꾸지람을 들었지만, 제법 유능한 보험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안전헬멧을 개발해서 수많은 노동자의 생명을 구한 발명가이기도 합니다.

그는 대중으로부터는 외면 받았던 천재작가였습니다.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지인들에게 ‘나의 모든 글을 불태워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사후 20 여년 뒤 프랑스와 독일의 실존주의 작가들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이성복의 ‘그해 가을’과 카프카의 ‘변신’은 ‘아버지’가 중심인 세상의 권위에 대해 심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지요.

그런데, 길지않은 세월이지만 살다보니까 아버지는 세상의 중심이면서도 변두리인 듯도 합니다. 세상은 억누르는 아버지와 가련한 아버지가 동전의 앞뒤처럼 양립하는 듯합니다. 오후에 뵙기로 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버지로서 두 딸을 떠올리며 ‘아버지의 모순’에 대해서 깊은 생각에 빠집니다. 여러분은 아버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10가지 방법

‘좋은 아버지’에 대한 시대의 요구가 바뀌고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아버지’ 속에 또 다른 ‘아버지’가 늘 군림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시간을 내기 힘들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좋은 아버지’는 자녀를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역할이 바뀐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실천한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코치, 청소년 때에는 상담가, 이후에는 친구가 돼야 한다.
○자녀의 말을 경청한다. ‘부모가 자녀보다 더 잘 안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우선은 자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쓴다. 가족과 관련한 중요한 결정은 가족회의를 통해 하는 것도 좋다.
○가족의 생일, 별자리, 혈액형, 친구, 자녀의 반과 담임선생님의 이름 등 가족의 신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가급적 자주 가족과 함께 식사한다.
○1주에 몇 번이라도 출근 때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서거나 퇴근 때 아이와 함께 귀가한다.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안아주기, 볼 비비기 등의 방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말없이 멍하게 TV를 보는 시간을 줄인다. 그 시간에 아이들과 한자리에서 책을 읽거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자녀에게 잘 때 책을 읽어준다. 이후에는 아이들과 자주 서점에 간다.
○주말에 한 번은 거실이나 마루, 큰방 등에서 온 가족이 한 이불을 덮고 얘기하면서 자는 시간을 갖는다.
○‘자녀의 어머니’를 사랑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자녀에게 보여준다.

 

오늘의 음악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노래, 폴 앙카의 ‘Papa’를 준비했습니다. 영어 가사가 참 가슴을 저미게 하는 노래이지요. 1899년 오늘 세상을 떠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를 쥬빈 메타가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의 연주로 듣겠습니다. 마지막 곡은 1875년 오늘 세상을 떠난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를 안나 카테리나 안토나치의 목소리로 듣겠습니다.

♫ Papa [폴 앙카] [듣기]
♫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 [쥬빈 메타] [듣기]
♫ 하바네라 [안나 안토나치] [듣기]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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