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뒤 아이 낳을 수 있나요?

[조주희 암&앎] 항암치료와 임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멜론은 7월에서 10월이 제철로, 특히 요즘 달고 맛있을 때다. 나는 멜론을 먹으면 유난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2012년 무더웠던 어느 여름, 나와 함께 일하던 20대 직원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우리 모두 놀라고 경황이 없었지만, 그녀는 두려운 마음에도 묵묵히 잘 견뎌냈다.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을 때 나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녀가 좋아할 만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그녀를 닮은 멜론을 사서 보냈다. “치료가 힘들지는 않아?” 라고 묻자 “교수님이 보내주신 멜론 덕에 제가 이렇게 잘 버티고 있어요.”라고 멜론처럼 싱그러운 웃음을 보였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그리고 방사선치료에 5년간의 항호르몬 치료까지, 긴 시간동안 신체적,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안부를 물으면 항상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치료를 무사히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방암 치료를 받는 동안 자기를 간병해준 남자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또 얼마나 지났을까, 병원을 찾아와 “교수님, 저 임신했어요”라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나는 그녀가 처음 암을 진단받고 나를 찾아왔던 그때가 떠올랐다. 치료에는 담담하던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으며 “저는 이제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겠죠? 항암치료를 받으면 임신이 어렵다는데∙∙∙”라고 미래를 불안해했다. 나는 “모두 가능해. 다 할 수 있어” 라고 우선 치료에 집중하자라고 답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만약’이라는 부담이 있었는지 그 임신 소식이 내 일처럼 기뻤다. 그녀가 항암치료 받은 그때처럼, 탐스러운 멜론을 사서 보냈다.

임신과 출산, 요즘은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큰 숙제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늦어진 결혼연령과 환경적∙ 사회적인 요인으로 임신을 원하지만, 아기를 갖지 못해 여러 어려움을 겪는 난임 부부가 전체의 15%를 차지한다.

그러면, 암환자는 어떨까? 최근 통계에 따르면 다른 연령대 암을 진단을 받는 사람에 비하여 40대 미만에 암을 진단받는 사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20~39세 암환자의 비율은 2005년 인구 10만명단 284.4명에서 10년 후인 2015년에는 406.2명으로 약 1.4배 증가했다. 이처럼 젊은 암환자가 증가하면서, 난임처럼 암치료 후 임신과 출산이 더욱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막 결혼한 30세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를 생각해보자. 암을 제거하기 위해 유방의 일부 또는 전체를 떼는 수술을 받고, 미세한 암세포를 없애는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 여기에 재발이나 전이를 막기 위해 더해지는 항호르몬 치료 등을 받는 동안에는 아이를 가지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암치료가 여성과 남성의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항암치료를 받으면 난소 기능이 떨어져 이른 폐경이 올 수도 있고, 남성의 경우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때문에 정자의 유전적인 변이와 운동량 감소가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암치료가 무조건 생식기능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난임이 예상되는 치료가 예정되면, 암 치료 시작과 함께 난소나 고환의 기능이 떨어져 회복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미리 상의해서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에 대한 치료 전 안내를 받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항암치료를 받으면 임신은 꿈도 못 꾼다,’ ‘치료로 인해 아기를 가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등의 말에 흔들리지 말고, 어떤 경우에는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닌 지 고민하거나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높은 불안과 절망에 빠질 필요가 없다.

암치료 후에도 임신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도 암치료 후 임신에 성공하여 건강하게 출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암치료와 관련된 임신과 출산에 대해 다음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임신은 언제 시도해야 할까요?
암 치료가 끝난 뒤에도 재발이 되지 않는 시기를 기다려 임신을 시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은 치료 후 6개월 후, 여성은 치료 후 2~3년 뒤 시도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개인별 상황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담당의료진과 적절한 시기를 상의해야 한다. 그 예로 항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유방암 환자라면 임신 전 3~6개월 정도 항호르몬제를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담당의료진과 확인할 것을 권유한다. 또한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약물 복용 중에는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피임을 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를 낳을 계획이 있다면 치료 초기에 담당의료진과 상의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가임력 보존 치료나 임신을 하면 암 재발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닐까?
많은 환자분들이 가임력 보존 치료나 임신 때문에 호르몬의 영향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한다. 특히 암치료를 중단하거나 미뤄야 할 수도 있다 보니 암 재발률이 더 높아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과정이 직접적으로 암 재발률을 높인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미흡하다. 의학계에서는 지금까지 연구결과를 토대로 암치료 후 임신은 암 재발률을 높이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암치료나 약물의 메커니즘과 부작용 등을 설명할 때, 특히 기형아 출산 등의 얘기가 자주 언급되다 보니 선천성 기형이나 암이 유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는 환자가 많다. 그래서 임신을 시도하고 싶어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의문이 먼저 들고 불안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부모의 암 치료가 아이의 선천성 기형이나 암 발생률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마음으로 안심하고 치료를 잘 받는 것이 우선으로, 그 다음은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가 올 때까지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암 치료 후 임신,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다양한 연구로 가능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니, 처음부터 포기하는 것은 이르다. 가임력 보존을 위한 전문가를 만나 임신 가능성에 대해 상의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암을 진단받고, 치료계획을 세울 때 암 치료 후 미래를 위한 ‘우리’를 설계하는 일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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