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54호 (2021-01-04일자)

과학과 민주주의의 원칙, 그리고 방역

한 해가 시작합니다. 며칠 전 중앙일보 강찬수 기자가 썼듯, 지난 1년 내내 78억 인류가 다 합쳐도 1㎏도 안 되는 녀석에게 시달렸지만, 새해에는 인류가 백신을 비롯한 과학으로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은 ‘근대과학 혁명’에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죠? 인터넷에서 ‘(근대) 과학의 아버지’를 검색해보니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이름부터 나오는데, 혁명의 리더는 16세기 지동설을 주장한 폴란드의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일 겁니다. 망원경을 개량해서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입증한 갈릴레이 못지않게 혹성은 태양을 초정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돈다는 것을 증명한 독일의 요하네스 케플러도 중요한 인물이고요.

1643년 오늘(1월4일) 태어난 아이작 뉴턴 역시 ‘근대과학의 아버지’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지요. 역저 《프린키피아》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제시하며 물체의 운동에 대한 3가지 법칙을 정리해 근대 과학혁명을 완성했지요.

근대 과학혁명이 완성됐고 산업혁명이 시작한 영국이 지금 코로나19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260만 명이 확진됐고 7만5000명 가까이 숨졌으며 1월2일 하루에도 확진자 5만700명, 사망 445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 발간되는 의학저널 《란셋》의 편집장은 “한 세대 동안 가장 큰 과학 정책의 실패로 기록될 일”이라고 개탄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방역당국이 백신 접종간격을 12주까지 늘렸고, 백신 두 종류의 혼용을 허용한다고 해서 과학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는 외신도 나왔습니다. 후자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오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어쨌든 과학이 잘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은 미국과 몇몇 나라와 마찬가지로 정치가 방역을 압도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보수당 보리스 존슨 정부는 지난봄에 브렉시트에 사로잡혀서 EU와의 의료장비 공동조달협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예산 부족 탓에 원래 공언했던 의료장비와 기구를 구비하지 않아 의료인들을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시켜 140여 명이 숨지게 했습니다. 의료붕괴 탓에 난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요.

백신 정책에도 정치가 개입했습니다. 원래 영국 제약회사 중에 GSK가 백신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 회사인데 이 회사가 프랑스의 선구매에 응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영국-스웨덴 합작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만 지원했고, 옥스퍼드 대학에 파트너십 요구를 채근했습니다. 9월에 3차 임상시험에서 치명적 부작용이 생겨 중단했지만 ‘쉬쉬’하는 바람에 나중에 미국과 EU의 승인이 늦어지는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영국은 12월 8일 90세 할머니에게 세계 최초로 화이자의 mRNA 백신을 접종하며 ‘결정적 전환점’을 선언했지만,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다른 나라들로부터 봉쇄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영국이 백신 확보에서는 우리보다 앞선데다가 나라마다 다 사정이 다르므로 방역 실패국으로 단정하고 비난해서는 안 되겠지만, 과학 선진국 영국의 현 상황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영국 철학자 칼 포퍼가 “과학과 민주주의는 언제든지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정정하는 시스템”이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영국을 참조삼아 우리 시스템을 수정하면 되겠지요.

다른 것보다 방역에서는 과학을 정치나 여론보다 위에 둬야 할 겁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통제 방법도 빅 데이터 분석에 따라 어떤 곳이 어느 정도 위험한지, 통제 결과의 실익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 수치에 따르면 국민이 좀 더 수긍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의료현장, 시스템바이올로지, AI 분야 등의 과학자들을 방역일선에 투입하라는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일까요?

뉴턴은 “오늘 할 수 있는 것에 온힘을 쏟으면 내일은 한발 짝 더 나아가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과학 원리와 과학자들이 방역의 중심에 서야 온힘을 쏟는 것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 지금껏 버텨오고 있는 국민이 좀 더 힘껏 견뎌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겨울을.


[대한민국 베닥]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진심 의사’

대장질환 분야 베스트닥터로는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54)가 선정됐습니다. 강북삼성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를 이끌며 크론병 환자 350명, 궤양성대장염 환자 600여명을 치료하고 있는 박 교수는 스마트폰을 통해 환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환자가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진심을 담은 치료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박동일 교수의 삶과 철학 보기


오늘의 음악

새해 첫 곡은 핀란드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하는 BBC교향악단의 연주로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준비했습니다. 매년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프롬스 축제의 공연인데 올해는 6주 동안 BBC 방송을 통해 이전 공연을 보여줬고, 2주 동안 관중 없는 공연이 중계됐죠. 올해에는 공연이 재개되겠죠? 1938년 오늘 태어난 우리나라 록의 대부 신중현의 명곡 이어집니다. 신중현과 더멘의 ‘아름다운 강산’입니다. 옛 LP여서 박광수의 보컬 부분에서 약간 튀는데, 이것도 LP의 멋이라고 이해하시기를…. 역시, 한국 록 역사의 더없는 대작이지요?

  • 위풍당당 행진곡 – 사카리 오라모 [듣기]
  • 아름다운 강산 – 신중현과 더멘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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