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난동으로 기소된 환자, 무죄 주장한 근거는?

[정은주 변호사의 쉬운 길로(law)]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이는 왜 휴일과 밤에만 아플까. 아이와 함께 응급실에 몇 차례 가본 적이 있다. 응급실은 늘 ‘야전병원’ 같았다. 응급 환자가 쉼 없이 실려오고,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사이에 고성이 오고 가기도 했다. 애타는 심정이야 이해가 가지만 욕설과 폭력 등으로 진료행위를 방해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신속한 응급처치를 방해할 뿐 아니라 ‘응급실’이라는 공간의 특수성 때문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보다 더 무거운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를 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의료기사와 「의료법」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를 포함한다)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僞計), 위력(威力),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機材)·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器物)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적시돼 있다.

2018년 한 남성이 만취한 상태에서 경기도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아와 1시간 동안 진료를 거부하며 의료진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검찰은 이 남성에게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 남성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자신은 원치 않는 진료에 항의했다는 것이다. 또 법에 규정돼 있는 ‘누구든지’라는 표현에 응급환자 본인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원치 않은 의료행위에 대한 거부권은 환자의 기본권리이다. 또 ‘누구든지’가 환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이라면 자신은 방해를 한 당사자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정교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심은 응급 행위 방해를 인정했다. 2심 또한 “만취한 상태에서‘갈 거야’라는 말만 했을 뿐 치료를 거부하는 말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고, 보호자 또한 만취한 상태라서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다.”라는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덧붙여 ‘간호사들이 특별히 부당한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처음부터 소리를 지르고 소란을 피운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달 24일 최종판결에서도 대법원은 1, 2심 법원의 사실관계를 그대로 인정한 다음 “응급의료 방해의 주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환자 쪽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종적으로 환자의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이 사건에서 사실관계는 별다른 다툼이 없었다. 방해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법률적으로 방해죄의 주체에 환자가 포함되느냐 마느냐가 법률상 쟁점이었을 뿐이다. 의사와 변호사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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