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의 빈혈, 어떻게 치료할까?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빈혈(貧血)은 혈액검사에서 헤모글로빈(혈색소)이 남성은 13g/dL, 여성은 12g/dL보다 낮으면 진단된다. 헤모글로빈은 우리 몸의 구석구석까지 산소를 운반하는 산소 전달체 역할을 하는데, 산소 전달은 헤모글로빈의 헴에 함유된 철분이 담당한다. 피가 붉게 보이는 이유도 헴에 함유된 철분 때문인데 철분이 산소와 결합하면 선홍색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빈혈이 있으면 창백하게 보이는 것이다. 또한 빈혈이 있으면 조직에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으므로 조금만 운동해도 숨이 찰 수 있다. 이외에도 전신 쇠약감과 피로감을 잘 느끼고, 식욕이나 성욕이 감퇴되며 운동력과 인식기능도 떨어지고 불면이나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빈혈은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흔한 합병증인데 주요 원인은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이하 EPO)’이라는 조혈호르몬 부족이다. EPO는 조혈모세포의 증식과 적혈구로의 분화에 관여하는 호르몬으로서 골수에서 적혈구를 잘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콩팥의 세관 주변 간질에 있는 섬유아세포에서 생산된다. 콩팥병이 있으면 EPO 생산능력이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실제 만성콩팥병 환자에서의 혈중 EPO 농도는 빈혈의 정도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빈혈 치료는 유전자 재조합 EPO가 개발됨으로써 전기가 마련됐다. 부족한 EPO를 공급하면 빈혈이 대부분 개선된다. 이때 EPO와 함께 꼭 같이 공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헴의 구성성분인 철분이다. 철분이 부족하면 아무리 호르몬을 투여해도 헤모글로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효과가 없다. 혈중 페리틴은 ‘체내 저장철’의 지표이고, 트란스페린(transferrin) 포화도는 ‘체내 이용가능 철‘의 지표인데 혈중 페리틴(ferritin)이 100ng/mL 미만이거나, 트란스페린 포화도가 20%보다 적으면 몸에 철분이 부족한 것으로 본다. 만약 혈중 페리틴이 800ng/mL를 넘거나, 트란스페린 포화도가 50%를 초과하면 철분이 과다한 것으므로 철분 공급을 중단하여야 한다. 철분 공급이 과다하면 헤모시데린증이 생기고, 동맥경화가 가속화되며 감염의 감수성과 악성종양의 출현 가능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유전자 재조합 EPO가 나오기 전까지는 투석 환자의 빈혈 치료는 적혈구 수혈만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필자가 전공의 시절만 해도 혈액투석 환자의 헤마토크리트가 20% 미만으로 떨어지면 수혈을 하곤 하였다. 수혈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된다. 우선 적혈구 생성능력이 억제되어 수혈 의존성이 생기고 철분이 과잉 공급되어 간장과 비장 등 조직에 철이 침착되는 헤모시데린증(hemosiderosis)이 합병되기도 하며, 감염된 피 수혈로 간염 등을 옮기기도 한다. 또한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원치 않는 이식 전 감작을 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문제들 때문에 지금은 빈혈 치료의 목적으로 수혈은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미래의 적혈구 대체물로서 인공 산소운반체, 또는 산소치료제 성격의 ‘인공혈액’ 개발이 시도되고 있는데 앞으로 성공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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