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가 같은 쌍둥이, 범인은 둘 중 누구?

[사진=Maksym Povozniuk/shutterstock]
1999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인적 없는 주차장에서 26세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

사건의 유일한 단서는 범인의 정액. 그러나 DNA 분석 결과, 경찰이 보유한 범죄자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치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5년 후, 사건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는 듯했다. 다른 성범죄로 체포된 남성의 DNA가 그랜드래피즈 사건의 샘플과 일치했던 것.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이 남성은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둘 중 누가 범인인지 특정할 수 없었던 검찰은 기소를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유전자 분석 기법의 발달로 이제는 누가 범인인지 지목할 수 있다. 새로운 유전자 분석법의 핵심은 돌연변이 유전자.

같은 유전자를 공유한 쌍둥이라도, 수정란이 분화를 시작할 때 발생하는 새로운 돌연변이까지 완벽하게 똑같이 나눠 가질 수는 없다는 것. 즉, 수정란이 두 개의 태아로 나뉠 때 둘이 나눠 갖는 돌연변이 세포는 서로 다르다는 의미다. 이 기법을 활용하면 일란성 쌍둥이의 유전적 차이를 가려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기법은 “과학수사에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라고 평가받았다.

과학 수사에서 유전자 분석이 활용된 것은 1990년대부터. DNA 검사는 범인을 특정하거나 친자 확인 소송 등에서 유력한 법적인 증거로 활용됐다. 그러나 같은 DNA를 공유한 일란성 쌍둥이의 문제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실례로 2004년 미주리에서 있었던 소송이 있다. 아이 양육을 두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벌인 소송에서 아버지는 아이가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내가 쌍둥이 동생과도 잠자리를 같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유전자 분석 결과가 아니라, 아내의 임신 전후의 정황을 살펴야 했다.

쌍둥이를 구별할 수 있는 유전 분석 기법은 2000년 초부터 연구됐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DNA 분석기법의 비용이 급격하게 저렴해지면서 2012년에 관련 기술이 개발됐다.

이 기술도 모든 쌍둥이를 분간하진 못한다. 배아 초기 단계에서 쌍둥이가 나눠 갖는 돌연변이 유전자가 워낙 미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쌍둥이 중 20%는 이 기법으로도 구별할 수 없다.

이 기법은 일반적인 DNA 분석과는 달리 아직 법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단 하나의 돌연변이 형질만 찾아내도 결과는 과학적으로 완벽하다고 강조한다.

하버드 대학교 의대 스티브 맥캐롤 교수는 “대중에게 이 기법에 관한 신뢰를 주는 방법은 더 많은 쌍둥이를 대상으로 실험해 이 기법의 정확성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 검찰청의 데이비드 디킨 검사는 “서로 다른 연구실 5, 6개에서 4, 5차례만 동일한 결과가 나와도 법원이 이 기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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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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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2*** 2019-03-05 20:31:30 삭제

      기분 나쁘겠지만 서로 책임져야지 어차피 자기 친자식 아니면 조카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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