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틱하면서도 고귀한… 흑과 백의 ‘샘물’

 

이재길의 누드여행(10)

브리그만의 작품세계

낭만주의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장르의 구분 없이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감성적인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회화작품들은 화가들의 독특한 붓터치와 색감으로 대중들의 눈길을 끌었다. 그림과 사진 속에서 자신의 감성과 예술적 온도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렇게 낭만주의 예술이 꽃피어나던 시절, 전통과 엄숙함 속에 자신만의 감미로운 예술성을 보여준 작가가 등장했다. 바로, 프랑스 화가 앵그르(Jean Auguste Dominique Ingres, 1780-1867)였다.

앵그르는 자신의 초상화 작품을 통해 인간내면에 내재된 풍요로운 생명력을 표현해 냈다. 고전적이며 흐트러짐 없는 정숙함 속에 숨겨진 관능미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이런 그의 예술세계는 여성의 누드화를 통해 더욱 극대화됐다.

앵그르의 샘물 작품 『그림1』(왼쪽)은 여성 사진가 브리그만(Anne W. Brigman, 1869-1950)의 누드사진 작품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화가였던 브리그만은 초기 초상화를 그리며 인물 속의 본질을 투영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런 그녀의 예술인생에 앵그르의 누드화 작품들은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회화에서 볼 수 없는 사진의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을 절감한 브리그만은 본격적으로 사진가의 인생을 걷게 된다. 전통적인 회화를 그려온 그녀만의 화법이 고스란히 누드사진 『사진 1』(오른쪽)에서 드러나게 된다. 그녀의 누드사진에는 고전적이며 회화의 정통성이 나타나있으며 예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브리그만의 작품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빛과 그림자에 가려진 여체의 벌거벗은 모습에서 체온과 숨결마저 느낄 수 있다. 부끄러운 듯 가려진 여성의 가슴은 단순히 섹슈얼리즘과 성적인 욕망에 대한 표현의 범위를 넘어, 여성의 누드에 대한 고귀함마저 전해진다.

브리그만 사진은 지극히 사실적이며 현실의 공간감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여체의 모습이 마치 신화 속 주인공같은 신비스러움을 자아낸다. 흑백의 아날로그적인 분위기, 선과 질감을 강조하듯 여체를 향하고 있는 자연광, 알 수 없는 여성의 표정과 포즈는 여성의 에로틱한 아름다움이 저절로 묻어난다.

그녀는 ‘빛과 그림자’를 통해 누드의 본질을 바라보았다. 빛에 반사된 것은 여체의 누드만이 아니었다. 숲을 연상케 하는 우거진 나뭇잎들이 무성한 공간에는 환한 빛이 비추고 있다. 여성과 나뭇잎에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는 인물과 공간이 하나된 통일감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과 자연과의 필연적인 관계맺음을 의미하며 현실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그녀의 작품을 보면 누드에 대한 애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당시 화가들은 사진의 등장이후, 사진의 사실적인 묘사력으로 인해 여성의 누드에 대한 환상을 더 이상 가질 수 없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브리그만은 그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할만큼 카메라 파인더에 투영된 인간의 몸을 담아냄으로써 대중들의 인식의 변화를 일으켰다. 그녀는 인간의 누드 그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작품’임을 자신의 누드사진들을 통해 증명했다.

브리그만의 누드사진 속 주인공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이었다. 전문 모델이 아닌, 주변 인물들이 그녀의 모델이었던 이유는 ‘대화’와 ‘소통’을 중요시한 그녀의 작업철학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깊은 대화를 통해 카메라 앞에서 내면의 자유를 누리는 모델의 모습으로부터 진실된 사진이야기를 담아내어왔다. 브리그만의 작품세계에는 사진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누드의 본질이 예술의 절대적인 권위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그림 및 사진 출처

『그림 1』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Jean_Auguste_Dominique_Ingres_-_The_Spring_-_Google_Art_Project.jpg

『사진 1』 : https://www.flickr.com/photos/14400727@N08/1641260624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9) 정적 공간의 역동적 여체… 순간의 미학 번쩍

(8) 사진인가 그림인가… 나신의 우아미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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