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똑똑해’ 이 말에 담긴 위험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2)

아이들에게 실험을 해 봅시다. 두 번의 그림 퍼즐 맞추기 과제를 줍니다. 먼저는 쉬운 퍼즐을 맞추도록 합니다. 그 다음에는 두 개의 퍼즐을 섞어서 아이가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어려운 퍼즐을 줍니다. 쉬운 퍼즐을 통해서 성공 경험을 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일부러 실패 경험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다시 퍼즐 맞추기를 한다면, 어떤 퍼즐을 맞출래?”

이때 아이들은 두 그룹으로 나뉩니다. 어떤 아이들은 기존에 맞췄던 쉬운 퍼즐을 고르고, 다른 아이들은 실패했던 어려운 퍼즐을 다시 맞춰보고 싶다고 합니다.

이 두 그룹의 아이들은 성향이 다른 아이들입니다. 앞의 그룹의 아이들은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것만 하려고 하는 아이들입니다. 두 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자신이 잘 못해도 새로운 것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학습을 하는 내적 동기는 두 가지 입니다. 하나는 ‘평가 동기’이고, 하나는 ‘학습 동기’입니다. 평가동기가 우세한 아이들은 공부를 하는 이유가 “내가 다른 아이들보다 이런 점에서 우수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 공부를 합니다. 한편 학습동기가 우세한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재미있다.”며 공부를 합니다.

이 두 가지 동기 중 어느 하나가 좋고, 다른 하나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평가 동기가 있어야 아이들은 경쟁을 하고,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공부를 하게 됩니다. 평가 동기가 너무 약하고 학습동기가 강할 경우 너무 느긋하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관심 없이 외골수 적으로 공부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한편 학습동기가 약할 경우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자는 학습 클리닉을 운영합니다. 저희 학습 클리닉에 오는 아이들 중 일부는 매우 똑똑하고 우수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올림피아드나 경시 대회에 나가서 실력을 확인해 보자는 주변 어른들의 권유에 ‘나가서 잘 못하면 어떻게 해’ 걱정을 하면서 출전을 거부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평가동기가 너무 강해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으면 좀처럼 동기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필자는 MBA 유학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MBA 유학을 가기 전 유학 준비를 위해 스터디 모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중에 반 정도는 유학을 했고, 반 정도는 중도에 그만 두었습니다. 그만 둔 사람들을 지금 만나보면 여러 가지 얘기들을 합니다.

“MBA 따 봤자 학비만 많이 들고 취직은 어렵다더라.”

“나는 그런 학벌 따위는 관심이 없다. 내 실력이 더 중요하다.”

“학비, 생활비를 따져보면 기회비용이 안 나온다.”

다 맞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이솝 우화의 “저 포도는 신포도일거야”라고 말하는 여우가 생각이 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기회를 맞이합니다. 많은 기회가 있어도 시도하지 않고 그냥 넘겨 버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지나간 후에 그것이 나에게 중요한 기회였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기회를 잡는 사람들은 ‘리스크 테이킹 (Risk Taking)’ 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성공을 거둘 기회를 잡는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 위해서는 ‘좌절을 인내하는 힘’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항상 크고 작은 좌절을 겪습니다. 좌절에는 심리적인 고통이 따릅니다. 이 고통은 어떤 사람은 적게 느끼고, 어떤 사람은 크게 느끼는데, 이런 주관적인 고통의 크기가 클수록 사람은 다시는 좌절을 겪고 싶지 않아 합니다. 마찬가지로 좌절을 인내하는 힘이 적을수록, 좌절에 따른 심리적인 고통을 크게 경험할수록 아이들은 학습동기보다는 평가동기에 매달리게 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학습 동기와 평가 동기는 어느 하나가 좋고 어느 하나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두 가지 동기가 균형 있게 작용할 때 아이들은 가장 효율적으로 학습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아이들에게 평가동기를 자극하는 경우가 너무 많은 듯 합니다. 아이들에게 “일등을 해라. 100점을 맞아라.”라고 얘기하는 것은 평가동기를 자극하는 말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엄마 나 백 점 맞았어.”라고 말할 때 어머니들의 흔한 반응은 “몇 명이나 백 점 맞았니?”를 물어봅니다. 엄마 마음에는 등수가 중요한 것이고, 남들보다 잘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들 똑똑해, 이번에 전교 일등을 했어.” 라고 칭찬하는 말 속에는 “만일 네가 성적이 떨어지면 똑똑하지 않다는 뜻이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지구상 어떤 동물보다 진화된 고등동물입니다. 행간의 의미를 읽는 눈치가 엄청 발달되어 있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받고 크는 아이들은 평가 동기가 강화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학습 동기를 자극하는 말은 어떤 말이 있을까요? 결과보다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칭찬하는 말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네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이런 방법으로 생각해보고, 저런 방법으로 생각해 보더니 결국에는 해 냈구나.”

“우리 아들은 근성이 있는 아이에요. 엄마는 그런 네가 자랑스러워.”

“어떻게 해서 이 문제를 풀었지? 생각하는 방식이 참 창의적이구나.”

“차분하고 침착하게 앉아서 잘 푸는구나.”

“문제를 풀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이렇게 저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는구나.”

“너는 노력을 하는 아이구나. 배우려는 의지가 보이는구나.”

이런 식으로 아이들의 노력과 근성에 관심을 가져 줄 때 아이들은 스스로 노력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것입니다.

 

※ 정신과 의사의 좋은 아빠 도전하기 이전 시리즈 보기

(1) 우리 두 아이는 어떻게 반장이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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