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도핑, 올림픽의 새 변수로 떠오른다

조현욱의 과학산책

올림픽은 우수 유전자의 전시장이다. 높은 기량을 지닌 선수들에게서 과학자들이 확인한 유전자 변이는 200종이 넘는다. 지난 19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그렇다. 올림픽 단거리와 근력 종목에 출전해서 검사를 받았던 남자선수는 거의 전원이 소위 ‘스피드 유전자(577R의 대립형질)’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력 관련 유전자도 따로 있다. 대표적 예가 1960년대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7개의 메달을 획득한 핀란드 스키선수다. 그는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을 25~50% 높여 주는 돌연변이를 특정 유전자(EPO)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유전자를 주입해 선수들의 기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2004년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유전학자 리 스위니 박사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자. 그는 쥐에게 특정 단백질(유사 인슐린 성장인자)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주입해 근력을 최대 27%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소위 ‘슈워제네거 생쥐’가 보도되자 해당 유전자를 주입해 달라는 선수와 감독의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법은 아직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면역계가 위험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데다 유전자 주입에 이용되는 바이러스가 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따르면 그동안 미국에서 유전자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이 1000여 건 시행됐지만 상용화 승인을 받은 것은 한 건도 없다.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도 여러 건 보도됐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위험한 기술”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혹을 느끼는 정상급 선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유전자 도핑과 관련해 어떤 바보가 뭔가 멍청한 짓을 저지르는 일은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세계반도핑기구의 유전학 패널 의장인 테드 프리드만 박사의 말이다.

런던 올림픽조직위는 사상 최대인 5000명의 선수를 검사할 예정이다. 각 종목 1~5위와 임의의 2명을 대상으로 혈액과 소변을 채취해 검사한 뒤 8년간 보관한다. 하지만 유전자 도핑을 가려낼 능력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의 네이처 기사 필자들은 “현재 수준의 기술로 유전자 도핑이 효과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도 “앞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래의 올림픽은 타고난 우수 유전자와 조작된 우수 유전자의 경연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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