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을 침실에서 몰아내자

전기가 귀해 밤에도 대낮처럼 온 집안을 환히 밝히는 것이 부의 상징인 시대도 아니고 왜! 형광등이 침실에 필요한가. 여분의 베드 스탠드 하나 없이 천정에 둥그렇게 붙어 있는, 창백한 침실 형광등 아래서 오르가슴을 논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공간의 무드란 것에 전혀 무지하거나, 아니면 섹스에 관심이 없던지 말이다. 설마 어디를 애무해야 할 지 몰라서 시퍼런 형광빛이 필요한 파트너라면 얼른 차 버리는 게 상책이다.

침실의 빛 인테리어는 특히 여자라면 민감하게 체크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침실에서 남자는 ‘커 보이는 것’이 핵심이고, 여자는 ‘예뻐 보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어차피 옷은 벗기 마련이니 액세서리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차, 포 다 떼고 남은 장치는 조명 뿐. 침실을 특별히 클럽이나 실험실 분위기로 연출하려는 생각이 아니라면 조도가 낮은, 은은한 베드 램프 하나면 충분하다. 불 밝기 조정장치인 디머는 항상 옳으며, 불은 한 곳에 포인트(예를 들면 침대 옆 그림이나 식물을 비추기)를 주는 것이 섹스를 위한 빛 인테리어의 핵심. 이렇게 하면 몸의 실루엣을 포장해주는 것은 물론 방 안의 지저분함도 적당히 가려주는 효과까지 있다.

여하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형광등은 침실에서 퇴출해야 마땅한 빛이다. 피부 트러블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한 나는 형광등 아래 민낯의 내 모습이 얼마나 섹시함과 거리가 먼 지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예전 학생 아파트에서 살 때 불만거리 중 하나도 바로 조명이었는데, 천정과 책상에 일괄적으로 형광등이 달려 있는 그런 공간이었다. 결정적으로 이 형광등 테러를 맞은 것은 나르시시즘이 강한 남자 A를 만날 때였다. 한 날은 A와 좁은 싱글침대 위를 뒹구는데, 갑자기 그가 방의 불을 켜더니 흥분한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며 섹스를 하고 싶다면서 다짜고짜 “fuck me”를 외쳐달라나. A가 들이 닥치기 전 급하게 피부 트러블을 컨실러로 커버한 내 노력을 아는지 모르는지 쨍한 형광등 아래 내 정신은 점점 차갑게 돌아오는데 저런 색스런 비어가 마음에서 우러나올 리가 없다. 물론 F 언어를 말하기 전까지 그 잘난 페니스를 넣어주지 않겠다는 듯이 버티는 A덕에 울며 겨자먹기로 그의 뜻대로, 멋대가리 없는 형광등을 다 켜놓고 섹스를 했다. 다른 방 친구들이 없었다면 차라리 은은한 간접 조명이 달린 주방 식탁 위에 내 몸을 던지고 싶은 게 당시 솔직한 심정. 햇빛이 부족하면 우울증에 걸린다고들 하는데, 피부가 나쁜 파트너를 섹스 우울증에 빠트려 버리려면 침실에 형광등을 번쩍이게 하면 된다. 확실한 1인 인체실험을 거친 것이니 믿어도 좋다.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는 조명이 달린 좁은 아파트에 사는 학생도 아니고, 샤워를 하고 나서도 남자친구와의 섹스를 위해 컨실러를 발라야 할 만큼 청춘의 피부도 아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형광등은 우리 집 침실은 물론이거니와 집안 구석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저녁에 우리 집에 첫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들 도돌이표처럼 똑같은 감상을 말한다: “이 집은 왜 이렇게 어두워?”

 

 

글 / 윤수은(성 칼럼니스트, blog.naver.com/wai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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