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탓 엄마 피로 줄이는 요령

박민수의 우리 아이 몸맘뇌 키우기

아토피에 걸린 자녀를 둔 부모는 삶의 질이 매우 낮다. 통상의

육아 부담에 아토피 때문에 다양한 일거리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료실에서는

아이보다 더 우울하고 슬픈 표정을 한 부모들이 많다.

특히 1세 미만의 영아에게 생기는 급성 아토피는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물론, 한창 성장해야 할 아기가 가려움 때문에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부모의 수면 스트레스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아기가 중간

중간 깨서 옆의 부모를 깨우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많은 아토피 아이의 부모들은

단 하루라도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한다.

아토피 발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로 인한 엄마의 피로, 스트레스,

우울감도 커진다. 검사를 해보면 엄마의 우울증이 매우 심각한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부족한 잠, 지속적인 습윤 케어와 드레싱, 잦은 목욕, 복잡하고

까다로운 이유식이나 음식 관리, 집안과 침구의 청결 유지를 위한 가사노동 등 수많은

일이 부모의 피로를 누적시킨다.

나는 아토피를 앓는 부모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준다. 이미 수많은

부모들이 당신과 비슷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길게 보면 아토피를 앓은

것이 아이에게 그리 큰 손해가 되지는 않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다. 일본 니가타대학교대학원의

아보 도오루 교수는 극단적으로 아토피 아이들은 암에 잘 걸리지 않는, 두고 보면

오히려 건강체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같은 역발상이 아토피 아이를 둔 엄마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는 없다. 우리보다 앞서 아토피 대란을 겪었던 일본은 태어나는 세대의

면역 균형을 위한 범국가적인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거기에는 아토피 부모들의

심리적 문제나 스트레스를 돕는 정책도 포함되어 있다.

나는 우리 정부 당국에 아토피 환자의 부모와 아이들을 돕는 도우미

제도를 제안하고 싶다. 아토피 케어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이들이 아이들의 건강과

부모의 심신을 하루 몇 시간만이라도 보살펴주는 것이다. 비용 전액을 국고로 제공할

수 없다면 본인 부담률을 어느 정도 높여서라도 시행해볼 만한 정책이다. 내 경험상

아토피 부모들은 하루 2-3시간 정도의 휴식만으로도 다시 힘을 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것 같다. .

부모가 지치면 아토피 아이를 제대로 돌보기도 어렵다. 본인들

삶의 질도 당연히 떨어지고 이로 인해 개인적, 사회적 문제도 많이 생긴다. 나는

아토피 때문에 이혼한 가정의 사례도 알고 있다.

이미 지쳐버린 엄마들에게 몇 가지 실질적인 팁을 안내하고 싶다.

첫째, 자신의 피로감을 절대 방치하지 말라.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가사나 양육 도우미의 도움을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시어른이나 친정 식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요청하기 바란다. 최근 구청에서 육아 도우미 제도를

활성화하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둘째, 믿을 만한 의사에게 충분히 의지하라. 나는 자연치유의

중요성을 잘 아는 의사이다. 하지만 아토피의 경우에는 부모의 무거운 짐을 다소

덜기 위해 스테로이드 제제나 항히스타민 제제를 사용할 것을 적극 권한다. 아이

또한 간지러움 때문에 무척이나 고통스럽지만 이를 막기 위해 부모가 벌이는 전쟁

또한 눈물겹다. 평생 이런 약물을 먹을 것이 아니고, 또 낮은 단계의 약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또한 극히 미미하다. 약물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피해서는 안 될 선택인 것이다. 아이의 간지러움을 잡아야 아이도 살고, 엄마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지러움을 내버려둬 상처가 만성화되면 아토피 치유가

더 힘들고 더뎌지고 심해질 수 있다.

셋째, 삶과 일상을 다운사이징해야 한다. 아토피 아이를 둔 경우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갈 수는 없다. 자신의 일상 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은 일은 생략해야

한다.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겠다고 장을 보고 요리하는 일에 자신의 힘을 모두

쏟지 말라. 유기농 도시락이나 이유식 사업을 하는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남에게

부탁하고 의뢰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은 그들에게 선선히 맡기라.

넷째,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결할 곳을 찾아라. 아이의 아토피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고통과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기력증에

빠지고 그러면 아토피 케어에 힘을 낼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체념하고 지내선

안 된다. 물론 전문적인 심리상담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이 정 힘들다면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방법들을 적극 활용하기 바란다. 나는

‘지금 10분의 힘’이라는 책에서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닌 스트레스 다운사이징 기법을

제시한 바 있다. 스트레스의 양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테크닉이다. 예컨대 10분 정도

감정 폭발을 막고 천천히 생각을 비우는 10분 감정조절 같은 것은 이미 효과가 입증돼있다.

나 뿐 아니라 다른 심리전문가들도 널리 애용하는 방법이다.

아토피 아이의 엄마들은 피로하다. 하지만 이를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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