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자, 인체내 병균 진화과정 세계 첫 규명

백신-신약 개발에 크게 기여할

세균이 인간을 비롯한 동물의 몸속으로 들어와 각종 병균으로 바뀌는 진화 메커니즘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김희남 교수팀에 의해 세계 최초로 규명됐다.

숙주 내에서 공통적으로 거치는 세균의 진화과정을 규명한 이번 연구결과는 인류를

위협하는 슈퍼박테리아 등 변종세균에 대한 이해를 높여 앞으로 백신과 신약 개발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팀은 두 종의 버크홀데리아 세균의 유전체들을 각각 10개씩 상호 비교

분석하여 전체 게놈(genome) 상에서 작은 DNA 조각들인 아이에스 엘리먼트(IS element)들이

대량 증식되는 기계적인 일련의 과정을 알아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병균 등 세균의

변형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중간단계를 거친 후 게놈의 축소가 효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자세히 밝혔다. 또 단계별로 게놈 축소과정들이 정교하게 이루어져 원래의

유전자들의 특성이 최대한 유지하게 된다는 점도 발견했다.

다양한 환경에 살던 일반 세균들이 체내로 들어와 병원균이나 공생균으로 진화할

경우 필연적으로 게놈 축소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게놈 축소화 과정이란 게놈의

부분 부분이 떨어져 나가 전체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의 연구에서는 세균이 인체를 비롯한 숙주 내에서 진화할 때 게놈 상에

작은 DNA 조각들인 아이에스 엘리먼트들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를 종종 발견했으나

이 현상과 게놈의 축소화 과정이 얼마만큼 관련되어 있는지, 실제 게놈 축소화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아이에스 엘리먼트란 생명체 안의 염색체상에서 복제하며 여러 장소에 끼어들어간

상태로 존재하는 작은 DNA 조각을 말한다. 거의 모든 세포기반 생명체에 존재하며

인간의 경우 전체 게놈의 절반 정도가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정도로 흔하다.

김 교수는 “세균들은 환경의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병균들과 공생 세균들의 발생,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관련 백신과 신약 개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생물유전체 활용기술 개발사업단장 오태광 박사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공생미생물의

유전체는 인간 유전체의 연장으로 이해될 정도로 백신 및 신약개발을 위하여 필수적인

연구대상”이라며 “이 미생물들이 몸에서 병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밝힌 이번의 원천기반연구가 실용화로 연결될 경우 의약분야뿐만 아니라 기능성 식품

분야 등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생물학계 최고 권위지인 ‘공공과학도서관 병원체(PLoS Pathogens)’

27일자에 실렸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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