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 뽑다 생긴 혹 덩어리에 15년간 좌절… 한국서 희망 찾아

[오늘의 인물] 플란지(Flangie)씨

플란지 씨(앞줄 가운데)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앞줄 왼쪽에서4번째). [사진=서울아산병원]
22세 마다가스카르 청년인 플란지(Flangie)씨 이야기가 화제다. 여덟 살 때 충치로 어금니를 뽑았던 일이 15년 동안이나 그의 삶을 옥죄였다.

플란지 씨는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에서 약 2000km나 떨어진 암바브알라에 살고 있다. 차도가 끊긴 곳에서 이틀이나 걸어야 그가 사는 마을에 도착한다.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은 마을에서 병원은 언감생심이다. 그나마 간호사 1명의 상주한다. 3시간을 걸어 나가야 의사 1명이 있는 작은 병원을 찾을 수 있다.

이런 탓에 플란지 씨는 8살 때 어머니와 함께 집에서 이를 뽑았다. 발치가 서툴렀었는지 이내 염증이 생겼고, 10년이나 치료를 미루면서 염증은 종양으로 번졌다. 운이 나쁘게도 100만 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희소병인 ‘거대세포육아종’이었다.

발병 초기엔 약물로 쉽게 잡을 수 있지만, 치료를 미루다 너무 늦게 가까운 병원을 찾았다. 입 속 작은 종양이 15cm의 크기, 810g까지 자라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거대세포육아종에서도 손꼽히게 거대한 크기였다.

플란지 씨는 음식을 먹고 말하는 일조차 힘들어졌고 출혈도 자주 발생했다. 또래와 마을 사람들에겐 따돌림을 당했다. ‘귀신에 들려 징그러운 혹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학교도 중퇴했다. 10년 넘게 좌절 속에서 살던 플란지 씨는 지난해 초 우연히 의료선교 활동으로 마을을 찾은 한국인 의사를 만났다.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아산상 의료봉사상’을 수상했던 의사 이재훈 씨가 치료 방법을 수소문한 끝에 서울아산병원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플란지씨의 수술 전 모습(왼쪽, 올해 5월)과 수술 후 모습(오른쪽). [사진=서울아산병원]
플란지 씨는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아 출국 준비에 1년이 걸렸다. 8월 말 한국에 도착했지만 장시간 수술을 버틸 수 없을 만큼 영양상태가 좋지 않았다. 보름간 영양 상태를 개선한 뒤 9월 16일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 교수팀이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력해 8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했다. 종양을 제거하고, 기능을 잃은 아래턱을 종아리뼈로 재건하고, 늘어난 입과 입술도 정상 크기로 교정했다. 치료비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했다.

5일 출국을 앞둔 플란지 씨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꿈이 생겼다”면서 “선교사가 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