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파킨슨병 치료길 열리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킨슨병 발병 초기에 진행을 막아주는 신약이 동물실험과 인체 안정성 평가를 통과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 시험이 성공하면 이제 막 증세가 나타난 환자들을 치료해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열린다.

8일(현지시간)《사이언스 중개 의학》에 발표된 미국 생명공학기업 ‘디날리 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s‧이하 디날리)’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사이언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파킨슨병은 세계적으로 1000만 명에게 영향을 끼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세포가 작동을 멈추거나 죽을 때 발생한다. 몸이 떨리고 근육 조절 능력이 상실되고 뇌 기능이 감소된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은 잃어버린 도파민을 대체하고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어떤 치료법도 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늦추거나 멈추게 하지 못한다.

디날리가 개발한 신약은 LRRK2(류신이 풍부한 반복 키나제 2)라는 유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파킨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LRRK2는 항공 교통 관제사처럼 세포 안팎으로 단백질 흐름을 조정하는 ‘랩 구아노신 삼인산(Rab guanosine triphosphates)’이란 단백질 조합을 조절한다. LRRK2 돌연변이는 이 ‘랩’의 과잉반응을 일으켜 리소좀(불필요한 단백질을 삼켜 분해하는 세포내 소기관)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디날리의 최고 의료 책임자인 캐롤 호는 이 돌연변이가 신경세포(뉴런)을 죽이고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는 독성 부산물을 생성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 연구진은 LRRK2를 억제하는 후보 약물을 발견했다. 디날리의 연구진은 그 구조를 수정해 복용 가능한 DNL201이란 알약을 만들었다. 또 동물연구로 이 약이 LRRK2를 차단하고, ‘랩’을 줄이며 리소좀 기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동물연구로  ‘다르다린’이라고 부리는 LRRK2단백질을 생산하는 폐와 신장의 조직이 정상보다 큰 소포(세포 내 작은 액체로 채워진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로 인해 DNL201이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줬다. 연구진은 28일 동안 쥐, 짧은꼬리원숭이, 150명의 인간 지원자들에게 DNL201을 투약했다. 동물실험에서 그 약은 랩 단백질의 수치를 줄이고  리소좀 기능을 증가시켰다. 또 122명의 건강한 자원자와 28명의 파킨슨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폐나 신장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고 다른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화학적 마커를 추적한 결과 DNL201은 혈액 내 LRRK2 수치를 줄였으며 뇌에서 정상적으로 활성화됐다는 것까지 확인됐다.

파킨슨병 전문가인 영국 런던왕립수의학대 패트릭 루이스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큰 진전”이라며 반겼다. 그는 “추가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이 인간에게 효과가 있음이 입증된다면 파킨슨병 증상이 보이는 즉시 환자에게 이 약을 투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신경학자인 타냐 시무니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LRRK2의 작용을 억제하면 리소좀 기능을 회복하고 파킨슨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는 이 신약이 이미 손상되거나 사망한 도파민을 생성하는 뉴런을 되살릴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기존 환자의 상태를 원상으로 되돌리길 기대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디날리는 이미 DNL151에 대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책임자인 다나 제닝스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환자들에게 최대 48주 동안 약을 투여하는데 만성적인 약물 투여가 폐, 신장 또는 다른 곳에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알아내는데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translmed.abj2658?adobe_mc=MCMID%3D02463751548099379143564826257022351280%7CMCORGID%3D242B6472541199F70A4C98A6%2540AdobeOrg%7CTS%3D1654712212&_ga=2.49229861.245291011.1654712193-1113749897.1646666693)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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